[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니스트] 내가 우리나라 대통령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를 하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 집권 초기부터 였을 게다. 광고회사 재직시절 대통령 이미지 관리(President Identity)를 맡아 일하면서 자연스레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었다. 두 가지 문제에 특히 몰두했다. ‘국민이 뽑은 이유가 있을텐데 국민들은 집권 후 만족해할까’와 ‘국민들이 느끼는 성공한 대통령은 무엇일까?’의 문제.
나는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해선 ‘대통령’ 자체의 힘을 많이 줄여야 한다고 믿는다. 제왕적 대통령, 청와대·정부를 벗어나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다. 87년 체제 이후 지금까지 모든 권력이 청와대에 몰리고 그 책임 또한 져야 하는 상황에선 세종대왕도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며, 실제 역대 모든 대통령이 퇴임 후 불행을 맞았다. 사람의 힘이 아니라 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한다. 책임이 분산된 시스템으로 국정의 틀이 만들어지고 그 틀 속에 대통령의 독특한 리더십이 발현되어야 성공한 대통령이 만들어질 수 있다.
위와 결부되어 처음 국민들이 선택할 때의 마음과 막상 대통령이 되어서, 특히 임기 후반으로 가면서의 모습이 다르게 비쳐지면서 국민의 마음에서 벗어나는 것, 이 또한 우리나라 대통령의 모습이었던 것 같다. 꼭 일치하진 않겠지만 나는 역대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느낌을 각각 붙여본 적이 있다.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마음은 “I Like you”,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선 “I Respect you”,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선 “I Love you”, 이명박 대통령은 “I Need you”였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리고 김영삼, 노무현 대통령은 다소의 ‘감성’기제, 김대중, 이명박 대통령은 다소의 ‘이성’기제가 작동하여 정권이 바뀌면서 감성과 이성이 교차하는 흐름이 있다고 생각한다.
감성적으로 좋아하고, 이성적으로 존경하고, 다시 감성적으로 사랑하고 이성적으로 필요로 하는 대통령 후보이었기에 국민들은 각각의 대통령을 선출한 것 같다. 그러나 통치를 하면서,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그 모든 책임이 대통령에게 몰리면서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더 이상 좋아하지 않고, 존경해하지도 않으며, 사랑하지 않고, 필요하지 않아 보이는 대통령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이들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힘은 모아지고 엄청난 세력으로 커졌다.
박근혜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나의 표현으로 보면 모두 “I Love you”이며 이 것이 숨고를 틈도 없이 이어져 왔다고 생각한다. 절대적 지지자들에 의한 Love가 동력이고, 거기에 전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그 Love를 더욱 절박하게 했다는 생각이다. 진영의 갈림에 팬덤정치가 연결되고 이것이 반복되는 결과를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도저히 ‘이성’이 들어갈 틈이 없이 지지자들의 ‘감성적 Love’에, 권력에 대한 Need가 가미되어 정권을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그렇기에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나에겐 비슷한 대통령으로 다가온다.
한계가 있겠지만,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젠 좋아하고, 존경하고, 필요로 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우리 사회는 찾아갈 때다. 이건 대통령만의 힘으론 절대 안 된다. 나는 무엇보다도,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는 Respect(존경)라는 말이 사라져 아쉽다. 정치는 더한 듯하다. 당선인이 아직 시작도 안한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그렇지만, 나는 5년 후의 대통령 선거는 ‘I respect you’의 대결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이를 위해 윤석열 정부가 Respect의 사회 분위기를 끌어올렸으면 하는 솔직한 생각이다. 각자의 영역에 대한 존중, 서로 다른 입장에 대한 존중이 무엇보다도 필요할 때라 나는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가 성공했으면 좋겠다. 당선인이 자주 말했던 시스템 정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람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충성하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양반 괜찮았어” 소리를 임기 후에도 듣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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