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여소야대 국회와의 협치·소통
5월 6일 기준 국회 의석 구성은 민주당 168석, 국민의힘 109석이다. 과반을 훌쩍 넘는 거대 야당을 상대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의 정치력과 통합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환경이다. 당장 한덕수 국무총리 지명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필요한데 민주당은 ‘부적격 의견’을 당론으로 정할 태세다. 과거 김대중 정부도 집권 후 6개월가량 김종필 국무총리의 인준이 당시 야당의 벽에 막혀있었던 선례가 있다. ‘검수완박’법 국회 처리 과정에서 보듯이 민주당이 반대하면 손쓸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시급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경이나 윤 대통령이 약속한 정부조직 개편 등 국회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 한둘이 아니다. 적어도 다음 총선이 있는 2024년 5월까지는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국회와의 협치 방정식을 찾아야 한다.
국정의 가시적인 성과는 국회에서 입법으로 완성되어야 현실화할 수 있다. 180석에 달하는 범야권과의 협치·소통이 필수적인 이유다. 지난 대선 결과가 초박빙의 신승을 거뒀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 집권세력의 지지기반이 압도적이라고 볼 수 없다. 윤 대통령도 이런 점을 의식해 대선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양식 있고 훌륭한 정치인들과 합리적이고 멋진 협치를 하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고 국민의힘 의원들과도 접점이 크지 않은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만약 국회지형 변화를 위한 인위적인 정개개편에 나서거나 최측근 그룹 중심으로 당정관계가 짜인다면 대 국회 관계에 균열이 커져 국정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회와 행정부 간 건강한 견제와 균형을 만들어가야 하는 숙제가 윤 대통령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헌법불합치 법률 개정과 개헌
지난 4월 27일 장제원 당시 당선인 비서실장은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6·1 지방선거 때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검수완박’ 입법을 국회에서 저지할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국민 여론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곧 장 비서실장은 국회에서 빨리 입법 보완을 해줘야 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국민투표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국민투표법의 재외국민 투표인명부 작성 관련 조항(14조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민투표법 외에도 형법 상 ‘낙태죄’나 모자보건법14조 등 헌법불합치 판결이 내려진 법안 다수가 국회에 계류중이다. 입법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국정을 책임진 집권세력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이와 함께 직선제 헌법으로 바뀐 지 35년이 흘러 사회권적 기본권과 지방분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개헌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회가 2021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66%, 헌법학자의 77%, 현 국회의원 93.3%가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개헌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집권 초기 개헌 논의가 모든 현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코로나19와 경제위기 극복 등 시급한 민생현안이 뒷전으로 밀릴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대선 후 국회 토론회에서 “개헌은 여야, 국민, 시민단체 특별히 청와대가 인식을 가져줘야 한다”며 “민주주의 핵심은 3권 분립이고 견제와 균형”이다면서 ‘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듯이 개헌 여론은 폭넓게 형성돼 있다.
중대선거구제로의 선거제 전환
윤 대통령은 개헌대신 “정치개혁을 위해 개헌보다 중요한 것은 선거제도 개혁”이라며 선거법 개정 필요성은 밝힌 바 있다. 마침 6월 1일 제8회 지방선거에서는 전국 11곳에서 중대선거구제가 시범 실시된다. 1개의 선거구에서 기초의원 3명 이상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군소정당의 제도권 정치 진입장벽을 낮추고 유권자 표의 등가성을 맞추기 위한 조치다. 이번 공직선거법 개정안에는 광역의원·기초의원 정수의 구체적인 증원 계획과, 청년과 장애인의 정치 참여 활성화 방안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개정안대로 중대선거구제가 전면 실시될 지는 미지수다. 선거구제 획정이라는 복잡한 문제가 있고 선거비용 증가나 군소정당이 난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있기 때문이다. 또 기계적으로 인구수 기준으로 의원수를 증원하면 농어촌 지역 등 인구 감소지역의 소멸화가 더 가속화 될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윤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에 우호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월 25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윤 대통령은 선거제 개혁이 대통령 공약 사항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국민들의 대표성이 제대로 보장되도록 중대선거구제를 오랫동안 선호해왔다”고 언급했었다. 중대선거구제 전면 실시를 고리로 국회와의 협치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을 경우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선거를 포함한 선거제 개혁을 띄울 것이라는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중대선거구제가 전면 도입될 경우 비례대표제도 손볼 수밖에 없다. 그래야 실질적인 다당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대선직후 “진정한 다당제로 가려면 중대선거구제로 바꿔야 한다”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지역구 의원을 200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바 있다.
과거 DJP연합은 정권창출엔 성공했으나 핵심 약속이었던 ‘내각제’가 무산되면서 공동정부가 붕괴했다. 최초로 책임총리와 통합정부 실험에 나섰지만 정략적 결합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반쪽의 성공으로 끝난 사례다. 역대 국회의장들은 보수나 진보출신 예외 없이 모두 한 목소리로 ‘제도’의 문제를 얘기한다. ‘불행한 대통령 결말’은 모두 ‘사람’이 아닌 ‘제도’의 문제라는 주장이다. ‘과정’을 중시하는 ‘협치’의 국정 운영도 강조한다. “밀리면 죽는다”는 사생결단식의 인식에서 벗어나 포용과 신뢰의 리더십을 보여 달라는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