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까지 이상 급등세를 보이던 한강변 재건축 재개발과 강남권을 비롯한 버블세븐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10월 들어 한풀 꺾이고 있다. 정부의 DTI(총부채상환비율)의 수도권확대조치와 자금출처조사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인상,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감 등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금융규제가 강화된 강남권 뿐 아니라 서울,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다만, 도심의 중소형 주택의 매매가와 전세가는 여전히 강세다. 여기에다 보금자리 주택을 비롯, 서울 뉴타운지구와 신도시 분양시장의 청약시장도 순풍이다. 이를테면, 과열되었던 시장은 찬바람과 함께 진정되는 반면에 무주택자,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시장은 내집마련 열기로 가득하다.
폭락보다 완만한 U자형 상승추세 전망
이를 두고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런 한편, 일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과거 미네르바식 재폭락론도 재등장하고 있다. 인터넷을 보아도 “더블딥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제가 다시 위험에 빠졌다, 부동산이 곧 폭락한다”는 식의 칼럼과 책이 난무한다. 우리 경제를 파탄에 몰아넣기 위한 의도든, 비관적 미래관에 기인했던, 단순히 책을 팔기 위한 상혼이든 객관적 근거가 미흡하다. 우리 경제는 이제 막 터널을 빠져나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적어도 내년까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폭등이나 폭락보다는 완만한 U자형 상승추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게 필자의 견해임을 미리 밝혀둔다.
그렇다면 작년 하반기에 이어 잠잠하던 폭락론이 올 하반기 들어 고개를 들고 한껏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 재침체와 부동산 거품, 인구통계변화 등을 근본이유로 제시된다. 그 중에서 경기 재침체와 부동산 거품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된데다, 글로벌 과제이므로 이 글에서는 인구, 주택통계의 변화에 따른 폭락가능성만을 진단코자 한다. 인구, 주택 통계와 관련하여 폭락가능성을 다음 3~4가지 이유로 꼽는다.
첫째, 우리나라(남한) 인구는 2018년에 정점에 이르고 그 이후에는 절대인구수가 감소하므로, 주택소비감소로 인해 집값이 급락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특히, 일본의 주택가격이 1990년대 정점을 보인 후 2006년까지 지속적인 하락한 사례를 좋은 예로 들고 있다. 둘째, 주택수요는 35세를 전후한 연령층이 주수요층인데 저출산 현상으로 35세 내외의 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든다.
셋째, 초고령화 사회의 진행으로 60세 이상 노년층은 은퇴 후 경제생활을 위해 대표적 내구소비재이고 고가자산인 주택을 우선 처분할 것이고 결국 수요위축-매물급증으로 집값이 폭락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을 줄이는 대신 유동자산인 금융상품비중을 높임으로서 집값 하락을 부채질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넷째, 16만가구가 넘는 기존의 미분양아파트를 보면 가구수에 비해 주택물량이 넘치는 공급과잉사태임을 알 수 있는데, 여기에다 앞으로 보금자리주택, 신도시개발을 통해 대규모주택공급이 이루어지면 구조적 공급과잉으로 인해 집값폭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재폭락론에 대한 오류와 편견
하지만 폭락론은 몇가지 관점에서 치명적 오류와 편견을 내재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폭락이유를 개관적 통계수치에 기초하여 반박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구수만 놓고 보면 2018년에 남한인구가 정점에 이르고 이후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주택소비에 인구수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가구수를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인구수와 달리 가구수는 2030년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핵가족화, 이혼율 및 골드미스 증가, 1?2인가구 급증 등으로 향후 20년간은 가구분할 현상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실례로, 세계적인 경기예측학자인 해리덴트도 최근 <불황기 투자대예측>이라는 책을 통해 한국의 부동산(특히, 수도권)은 일본과 닮은꼴을 보이는 인구통계추이 등을 고려할 때, 2020년까지 집값이 내리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둘째, 우리나라 주택의 최초 구입은 결혼 6~7년차인 35세 전후한 연령이다. 하지만 주택의 핵심소비계층은 35~54세이다. 즉, 모든 연령대가 주택을 골고루 구매하는 게 아니라 경제, 소득활동이 왕성한 세대가 주택소비를 주도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베이비 붐 1세대인 1955~1963년생(46~54세)과 2세대인 1968~1973(35~41세)인데 이 두세대를 합치면 1650만명 정도이다. 따라서, 핵심소비계층이론을 적용하면 향후 집값은 2세대 베이비부머들이 좌우하게 된다. 이들이 은퇴기에 이르는 향후 10~15년 안에 집값이 대폭 하락한다는 예측은 힘들어 보인다. 특히, 가구수증가-가구원수 감소현상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중소형 주택수요는 되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60세~65세 이후 은퇴 노년층은 중산층의 경우, 자산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비중을 대폭 줄이는 대신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상풍으로 과감한 자산교체를 감행할 것이라는 주장도 수긍하기 어렵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주택연금신규가입건수는 출시 첫해인 2007년 515건에서 2008년 695건, 2009년 6월말기준 656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역모기지론을 이용하는 노년층이 점차 증가하는 등 주택연금제도가 활성화되는 조짐이 뚜렷하다는 의미다. 이 경우 60세 은퇴이후 주택소비는 감소하는 게 아니라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넷째, 우리나라 주택수급구조를 볼 때 인구는 줄어드는데 신도시 등 대량공급과 미분양과다로 공급과잉상태에 빠졌다는 주장도 통계적 착시에 불과하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보급률은 전국평균 100.7%로 OECD평균인 115% 수준에 한참 미달한다. 특히 서울 93.6% 경기 96%등 수도권은 95.4%에 불과한 실정이다. 주택공급량만 놓고 보면 선진국에 비해 2/3내지 절반 정도다. 우리나라 집값이 오를 때 급등하고 내릴 때 완만하게 하락하는 이유이다.
이상에서 인구, 주택통계에 근거하여 폭락론이 가지는 통계적 오류와 미래예측의 허구성을 살펴보았다. 우리 경제는 이제 회복기에 접어들어 내년도는 3%이상의 경제성장이 예상된다. 물론 장기적 경기호황이 지속될지 여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하지만 경제불황으로 인한 부동산 급락가능성은 그만큼 낮다는 뜻이다. 우리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려는 음해성 의도이든 상술로 점철된 잘못된 편견이든 이른바, 무지식, 무균형에 바탕한 무분별한 폭락론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집없는 서민과 중산층의 노후 자산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종합적이고 균형적인 시각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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