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는 '능력 있는 여성'을 원한다. 과거 남편의 내조와 자식들 뒷바라지만 잘 하면 칭찬받는 때는 지났다. 지금은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뛰어난 성취욕과 성공을 달리는 여성이 우대받는다. 오죽하면 '슈퍼우먼'을 넘어서 '알파걸' '골드미스' 같은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니 말이다. 반면 남성들에겐 '알파보이' '골드미스터' 같은 말은 없지 않은가. 여성의 파워가 세지면서 가정이든, 사회든 능력 있는 '알파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는 소비시장의 변화로도 투영된다.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을 군소리 없이 아껴가며 사는 여자는 요즘 시대에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푼돈은 여자'가, '큰돈'은 남자가 쓴다는 공식이 물건너 간지도 오래다. 자기 힘으로 능력껏 벌고 멋지게 쓰는 여자, 그런 여자가 대세다.
독신여성 증가, 결혼연령 높아져
'알파걸'들의 전형적인 삶을 그린 미국의 유명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속 여자 주인공의 삶과 사랑에 대한 스토리는 전세계 여성들에게 크게 어필하며 대히트를 쳤다. 소비시장은 여성 상위시대로 바뀌었고 '알파걸'은 그 핵으로 부상했다.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지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여성들이 늘고 있고, 특히 결혼 시기가 늦춰지면서 여성들이 소비시장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실제 백화점 이용자 중 카드로 물건을 구입한 고객 중 70~80%가 여성이라고 업계는 전한다. 현대백화점 신촌점의 경우 2006년 전체 카드매출의 65%가 여성이었는데 올들어(1~8월 누계) 69%로 증가했다. 1인당 남녀 평균 구매금액도 여성이 크게 상회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2007년 1인당 연간 구매액수가 남성이 120만원, 여성이 150만원이었고 지난해 115만원, 145만원으로 여성의 구입액수가 30만원 가량 많았다. 연말정산에 대비해 남편 명의 카드를 이용한 여성 고객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실제 여성 매출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일부 부유층에 국한되던 명품시장도 최근 일반 직장 여성들이 주고객층으로 부상했다. 전통적으로 남성영역이었던 금융·증권·부동산도 여성들이 주도하고 있다. 펀드, 증권에서 여성 파워를 대변하는 새로운 현상으로 ‘여성고객 계약자’가 늘고 있으며, 부동산도 여성들이 계약하는 빈도수가 많아지고 있다.
은행 프라이빗 뱅킹에 여성 고객들이 많다는 건 이미 오래된 사실. 우리은행의 경우 수신 3000만원 이상 보유한 ‘로얄고객’ 중 여성이 49.9%로 남성(47.2%)보다 2.7% 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거래도 여성 명의의 계약자가 늘고 있다. 지난 6월 도안신도시에서 분양한 ‘파렌하이트’의 경우 여성 계약자가 44.2%로 남성 계약자(43.2%)보다 많았다. 부부 공동명의도 12.6%에 달한 것을 감안하면 여성의 파워가 그만큼 세다는 것을 반증한다.
일반 소비재 시장은 더욱이 말할 필요가 없다. 음료시장은 이미 젊은 여성층이 시장을 진두지휘하고 있고 소주시장 마저도 여성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업체들의 혈투가 진행되고 있다.
선진국에선 70~80%가 ‘여성’ 주도
주요 선진국의 경우 여성들이 이미 소비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소가 최근 조사한 결과 미국 여성의 30%는 남편보다 소득이 더 많고 80%는 구매의사 결정권을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여성의 구매력은 연간 3조7000억달러에 달하고 여성이 전체 소비재의 83%를 구매하고 있다. 영국은 여성들의 75%가 풀타임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그로 인한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주택 구매를 직접 결정하며 집안의 의사결정 대부분도 여성이 하고 있다.
소비시장에서 여성의 파워가 세지는 것은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이 늘어난데다 결혼을 늦게 하면서 경제력 있는 여성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LG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현재 25세 이상 39세 미만 미혼인구는 400만명을 넘었다. 지난 1980년 25세 이상 39세 미만 미혼인구가 100만명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25년새 무려 4배 가량 커진 셈이다. 미혼인구가 늘어나는 속도를 고려하면 25세 이상 39세 미만 미혼인구가 500만명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독신여성이 늘어나고 결혼 연령기가 늦어지고 있는 것도 소비시장에서의 여성의 파워를 키웠다. 대한상공회의소 집계 결과 독신여성은 매년 증가추세다. 30대 여성의 1인 가구수는 지난 2000년 41만6000가구에서 지난 2005년 61만1000가구로 51.7%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1인 가구 증가율도 42.5%에 달했지만 30대 여성의 1인 가구 증가폭이 더 크다.
‘여심’ 마케팅 활발
소비시장에서 여성의 구매력이 강해지면서 기업들도 이에 따른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파트는 여성의 이용빈도가 높은 주방이 계속 넓어지고 있고 백화점도 여성 공간이 전체의 90%를 넘는다. 최근 설계된 아파트는 거실이나 욕실 규모를 줄이는 대신 주방면적을 넓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주방에 ‘미즈 오피스’, ‘맘스 데스크’ 같은 주부만의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는 것도 유행이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주택 구매에서 우선 선택권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 여성이기 때문에 이를 적극 고려하여 화장대를 특화하거나 수납장을 대폭 늘리고 주방 설계를 맞춤형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에서 여성 전용 매장도 기존 40%에서 55%로 늘었다. 여기에 실상 식품과 생활관, 문화센터 등을 포함하면 여성 공간이 백화점 전체 면적의 90%를 넘는다고. 한 백화점 관계자는 “과거 제품 선택과 구매권은 주로 남성들이 주도했지만 이제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여성들의 자체 구매력이 커진 것은 물론 전업주부들의 경제적 권한도 높아져 여성들이 소비시장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여성들의 구매력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고 여심(女心)을 사로잡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생존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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