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서도호(60) 작가가 아이들과 함께 참여형 전시로 환상적인 아트랜드를 선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어린이갤러리에서 7월 26일부터 내년 3월 12일까지 열리는 <서도호와 아이들:아트랜드>전이 그것이다.
서도호 작가가 10년만에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참여형 어린이 전시이다. 작가는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개관전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에서도 어린이와 함께 하는 참여형 전시를 한 바 있다.
서도호 작가는 “<아트랜드>를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 지역 어린이 관람객을 초대하여 <아트랜드>를 계속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전시는 가족과 함께 7년 동안 어린이용 점토로 만든 조각 <아트랜드>가 기반이 되었다. 아울러 지역 친화적이고 지역 공동체와 상생하는 북서울미술관의 개방적 특성을 살리는 것도 이번 전시의 의의다.
전시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은 누구나 점토로 <아트랜드>에 참여해 놀이겸 작품 제작에 뛰어들 게 되는 것이다. 이는 놀이를 통해 발휘된 어린이들의 창의력이 어른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창조성의 범위에 있음을 확인해 준다.
<아트랜드>는 어린이들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가상의 왕국을 구현한 또 다른 세계의 축소판이다.
서도호와 자녀가 함께 만들어온 <아트랜드>는 여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환상적인 생태계를 담은 작품이다. 그곳에는 지구와 비슷하지만 다른 조건의 기후와 환경을 토대로 한 새로운 종의 식물과 동물이 살고 있다.
작품명이기도 한 <아트랜드>는 그곳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모습이다. 아트랜드의 모든 것은 성 중립적이다. 정부가 존재하지 않고 군주제가 아니다. 슬라임들은 이사회가 있다. 아트랜드의 동쪽에는 수도승 슬라임과 사원들이 있다. 이 지역은 영적일 수는 있지만 종교적이지는 않다. 운전자가 없는 버스는 공중에 떠 있는 고리 모양처럼 생겼다. 어떤 면에서 아트랜드는 런던과 매우 유사하다.
서도호 작가는 “작품은 스튜디오에서만 ‘은밀히'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어린이용 점토는 이 자연환경을 구현할 수 있게 하는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소재이며, 색상은 유치하지만 재미있고 색의 혼합은 정신이 없으며 제멋대로 뒤얽힌다”고 말했다.
‘아트랜드 건설하기’는 단순한 물건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단순한 개념이다. 하지만 결과는 간단하지 않다. 아이들이 하는 것은 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며 총체적이고 이질적인 풍부함 속에 현존하는 세계가 끝없는 자양분이 된다. 그리고 점토 안쪽의 틀과 구조로 사용된 빈 용기와 막대들은 현대사회의 시급한 환경문제인 ‘환경과 리사이클링’에 대한 문제를 암시한다.
아이들은 배우지 않아도 내재된 유희적 본능에 따라 충분히 창의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행복한 놀이를 하듯 참여할 수 있기에 창의성은 더욱더 큰 잠재력을 갖게 된다. 서도호와 아이들이 만든 아트랜드는 보통의 어린이들도 얼마든지 창의성을 가시적으로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 기간 동안 서도호의 두 아이들이 직접 어린이 워크북 ‘신비한 아트랜드’ 출간에도 참여했다. 전시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직접 이 워크북을 사용해서 아트랜드의 다양한 생명체들을 그리고 만들어 볼 수 있다.
전시에서 어린이들은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새로운 형태를 제작하는 작가의 입장이 되어 작품 제작에 참여할 수 있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지역 공동체와 상생하는 북서울미술관의 특성을 살린 관람객 참여형 어린이 전시”라며 “환상으로 가득 찬 어린이들이 함께 모여 만들어 가는 상상의 나라로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상상의 생명체들에 대해 부여한 그들만의 질서와 체계를 볼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전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도호 작가는 베니스비엔날레(2001)와 베니스건축비엔날레(2018) 한국대표로 참여했으며, 드로잉·조각·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기억·물리적 공간·전치에 대한 문제를 다루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