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미국이 한국에 통보한 '칩4(반도체 공급망) 동맹' 결정 시한이 이달 말로 다가온 가운데 대통령실은 미국 주도의 동맹 가입에 아직 선을 긋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누가 누구를 배제하는 반도체 동맹이 아니다"며 중국 배제론을 일축하는 등 칩4 동맹이 자칫 반중 행보로 비춰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과의 통화 내용을 설명하며 "오늘 통화에서는 (관련된) 이야기가 안 나왔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30분께부터 약 40분 동안 펠로시 의장과 통화를 했다.
펠로시 의장은 윤 대통령에 자신과 동행한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무위원장, 마크 타카노 하원 보훈위원장, 수잔 델베네 연방하원의원,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연방하원의원, 한국계인 앤디 킴 연방하원의원 등을 일일이 소개했다.
특히 델베네 의원은 윤 대통령에 최근 미 의회를 통과한 '반도체 칩과 과학 법(반도체법)'을 언급하면서 "양국이 수혜를 누리며 협력 방안을 논의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과의 통화에서 칩4 가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나'라는 질문에 "오늘 통화에서는 이야기가 안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델베네 의원이 반도체법을 언급한 것은 오로지 해당 법안이 양국의 이익으로 돌아가길 바란다는 뜻이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칩4에 가입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칩4 '동맹'이라는 말은 쓰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반도체 동맹이 아닌) '반도체 협의' 정도로 해서 어떤 의제에 대해, 어떤 협력 방안을 얘기할 것인지 논의하는 협력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네덜란드, 대만 등 반도체에 최고 역량이 있는 국가들과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혼자 등 돌리고 따로 구상하기보다 어떻게 (시장이) 돌아가는지, 어떤 곳에 투자하는지 등을 알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그는 "중국과도 맞춤형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누가 누구를 배제하는 반도체 동맹(을 추구하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칩4는 미국이 구상 중인 반도체 기술 보유 국가들의 협력체다. 미국, 한국, 일본, 대만 등 세계 반도체 핵심 국가들이 주축이 될 전망이다.
미국이 한국에 통보한 칩4 가입 결정 시한이 8월 말로 다가온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펠로시 의장의 아시아 순방은 칩4 가입에 대한 결정의 순간이 임박했음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칩4 가입 요구는 우리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