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는 급등하고 있는 반면 주가는 계속 떨어져 68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는 50달러선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동안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수출 호조세가 한 풀 꺾이는 등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올 것이라는 주장이 일고있다.
소비자물가 4% 폭등
최근 통계청에 의하면 7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달에 비해 0.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4%로 늘어난 것으로 정부가 물가를 안정적으로 이끌겠다는 계획은 어려울 전망이다.
생활물가지수도 5.8포인트 급등하면서 117.7포인트의 지수를 기록 서민들의 생활이 더욱 빈곤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서비스와 집세 농축산물 등 모든 품목이 상승하면서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같이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수면위로 떠 오른 상태다. 이러한 물가 폭등으로 소비자기대지수와 소비자평가지수가 모두 전달에 비해 낮아지는 등 물가폭등으로 생활형편이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통계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와 비교해 6개월 후의 경기·생활형편 등에 대한 기대지수와 평가지수가 각각 89.6 66.2로 전달에 비해 2.4와 1.1포인트가 하락했다.
특히 경기평가에 대한 기대지수가 80.6으로 86.1이었던 6월에 비해 무려 5.5포인트나 떨어졌고, 생활형편과 소비지출에 대한 기대지수도 3.5와 1.0포인트씩 낮아졌다.
이로 인해 현재의 생활형편에 대한 평가지수도 77.7로 6개월전보다 생활형편이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 전달의 78.2에 비해 하락했다.
소비자기대평가지수는 6개월 후의 경기·생활형편 등에 대해 현재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가구 비중과 부정적으로 보는 가구비중을 의미하는 것으로 100일 경우 현재와 같다는 의미다. 반면 100이하일 경우 경기·생활형편이 악화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고, 100이상일 경우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견해가 높다는 것이다.
수출까지 깨지나
국내경제를 지탱해주던 수출도 한 풀 꺾이면서 하반기와 내년에는 둔화될 것으로 전망돼 경제계 안팎으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견해까지 나오면서 고유가로 인한 외부환경이 우리나라 수출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산업자원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 3월 211억7,000만달러로 200억달러를 돌파한 뒤 7월까지 200억달러를 넘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수출증가율도 지난 7월 38.4%를 기록하는 등 40% 안팎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높은 증가율을 보이는 것은 수출호조라기 보다는 지난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수출이 제자리를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수출이 지난해 8월 이후 올 상반기까지 급격히 늘어났는데 1년여간 지속돼온 호황은 유가급등과 경제사이클 상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해 국내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수출이 올 4·4분기(10~12월)부터 본격적으로 위축세로돌아서 내년까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와 소비심리 회복 등 내수기반 확충을 통해 위축되는 수출을 대신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동걸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우리나라 수출이 IT산업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IT산업의 고용계수나 고용유발계수가 급락하고 있다”며 “경기급락을 막기 위해서는 거시정책뿐 아니라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연관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미시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시작인가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이 5%대의 경제성장과 내년 초까지는 매월 210억달러 안팎의 수출은 유지 될 수 있을 것으로 강조하고 있다. 또 소비자 물가가 상승한 것에 대해서는 유가가 주요 원인으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물가상승과 함께 수출호조가 한 풀 꺾이면서 고(高)물가에 장기침체라는 스테크플레이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유가 폭등세, 내수침체, 물가상승 등이 한국 경제에 심각한 위험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출둔화와 유가급등의 파장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내수에 영향을 미친다면 물가물안→소비위축→생산위축→성장둔화 등의 악순환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경기침체속에 물가가 급등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서면 물가를 더 부추기게 될 우려가 있고, 물가를 잡으려고 긴축정책에 나서면 경기가 더 위축되기 때문에 ‘진퇴양난’에 빠질수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도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인상과 성장둔화는 수출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국제유가의 고공행진도 국내 소비와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현재의 수출호황이 하반기에 꺾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와 기업들의 설비투자 부진 등으로 내수경기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도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신종명 기자 skc113@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