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근로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1990년만 하더라도 기업에서 55세 이상의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3.0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 7.72%까지 늘었다. 일각에선 산업화의 고령화가 급진전돼 우리경제가 조로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고령자 비율 15년만에 최고
1990년 이후 고령자의 사회진출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지난해 6월말 근로자의 7.72%를 55세 이상의 연령이 차지하고 있다. 고령근로자의 비율은 1990년 3.01%에 불과했던 것이 1998년까지 매년 증가 7.15%까지 늘었다. 이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6% 후반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7.72%를 기록하며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령자의 취업이 늘어나면서 근로자의 평균연령도 1990년 32.6세에서 37.1세로 4.5세가 늘어났다.
이같은 고령화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오는 2023년이면 고령화사회 진입이 가시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국경제가 ‘조로증(早老症)’ 위험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고령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이 발표한 ‘한국경제의 조로화를 나타내는 7가지 현상’이라는 보고서에서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경제체질이 허약해지면서 곳곳에 조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조로에 대한 증세로 △짧아진 호황 △길어진 불황 △취업구조 △급격한 고령화 △통화유통속도 둔화추세 △세계 일류상품 감소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현재 우리경제는 연초 잘나가던 수출이 6개월째 주춤하고 있다. 결국 경기 하락국면이 상승국면으로 반짝 했다가 다시 침체되는 ‘더블 딥’은 이미 현실화됐다는 견해다.
아직은 치료 가능성 있다전경련는 “이 같은 조로현상을 빨리 극복하지 못하면 저성장구조의 고착화, 국가경쟁력 상실 등으로 선진국 진입이 요원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김원종 서기관도 2025년 한국의 고령 근로자 비율은 OECD평균인 17.8%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평균연령이 높은 일본(28.2%) 보다도 높은 28.6%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견해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어느정도 인정하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기술혁신의 영향으로 기업의 생산 효율성이 점차 개선되는 만큼 경제 조로화 현상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얼마전까지 시장을 어지럽게 했던 카드대란과 건설경기 침체로 체감경기 악화로 이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조로화로 직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우리 정부가 90년대 일본과 달리 금리와 재정 부문에서 취할 수 있는 ‘치료 무기’가 많다”며 “시장 원칙을 고수하고 기업가 정신을 고양할 수 있는 정책을 편다면 내년에는 회복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내년도 성장전망을 5%대에서 4%로 낮췄고, 일부 민간연구소는 경제전망 자체를 포기하는 등 경기침체와 함께 경제 조로화는 경제계의 또 다른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