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KD운송그룹 계열 14개 버스업체가 운영하는 경기지역 광역버스 입석 승차가 지난달 18일 전면 중단됐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도로교통법 등에 따라 광역버스 입석 탑승 자체가 애초에 금지된 사안이지만 대부분 버스업체는 그동안 출퇴근 때 이용 수요가 집중되는 현실을 고려해 입석 승차를 용인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이태원 참사 이후 대중교통 등 밀집된 장소에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업체 측이 입석 승차 금지를 결정했다.
안전을 위해 입석금지 조치는 필요하지만 당장 출퇴근길 입석금지 영향을 받는 이용객이 3000명에 달한다. 해당 버스의 도내 시·군을 비롯해 서울, 인천 노선을 이용하던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시민의 발’인 대중교통을 확충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와 경기도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정부와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서울시·경기도 등 수도권 지자체와 지난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입석 대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전세버스, 예비차량 등 20대를 투입하고, 9월에 수립한 광역버스 입석 대책에 따라 늘리기로 한 차량 68대도 내년 초까지 투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경기지역 광역버스 노선 중 46%에 달하는 146개 노선이다. 기존에 추진하던 광역버스 증차 물량과 연계해 좌석을 빠른 시일 내에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그간 경기도는 입석 문제 해소를 위해 2층 버스 도입, 전세버스 투입, 준공영제 도입 등을 추진, 2019년 9%대였던 입석률을 올해 6월 4.8%까지 낮춘 바 있다.
경기버스정보 앱, 정류소 안내문을 통해 입석 중단 및 대체노선 안내하고, 정부 및 수도권 지자체와 함께 ‘수도권 광역버스 입석 대응 협의체’를 상설화하여 지속 모니터링 및 공동 대응할 예정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버스기사 채용 및 전세버스 수급, 신차 출고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민들이 체감할 만큼의 버스 확충을 하지 못한 상황이다. 겨울철 스키시즌과 겹쳐 출·퇴근 시간 투입해야 할 전세버스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친환경 차량증차도 문제이다. 추가로 서울시가 경기도 버스 증차와 관련해 ‘친환경’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친환경 차량의 확보가 쉽지 않은 현 상황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버스 업계 관계자는 “입석 금지가 당연함에도 지자체가 관망하다 뒤늦게서야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버스 기사를 구하기 힘든 현 상황에서 버스 증차 대책이 실효성을 얼마나 거둘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버스와 버스 기사 모두 부족해 문제가 언제 해결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1시간 이상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무척 불편해 보인다.
출퇴근 풍경을 보면 버스 3~4대는 만석으로 그냥 보내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100m 넘게 줄서서 꽉찬 버스라도 놓치면 지각할까 봐 45석 버스에 70명 이상이 빽빽이 억지로 탑승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광역버스가 급브레이크를 밟는 갑작스러운 상황에는 입석 승객은 사실상 위험에 무방비이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이번 조치는 시행되어야 할 명분은 있지만 사전 대책 없이 시행부터 해서 승객들의 불편이 초래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정부는 광역버스 입석 승차를 금지한 적이 있었지만, 반발에 시행 한 달 후 출퇴근길 입석 승차를 허용했다. 입석 금지와 같이 현장의 구조적 문제점 개선보다는 규제, 처벌 위주의 정책은 한계가 있다. 임시방편 대책을 내놨다 흐지부지되면 승객들만 매번 큰 불편을 겪게 되므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