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2022년 한국정치는 권력 재편과 맞물려 신구권력 간 정쟁이 극심했던 한해였다. ‘정치 초년생’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용산 시대’의 문을 열었다. 한 달 만에 치른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여당인 국민의힘이 17개 광역단체장 중 12곳을 휩쓸며 지방권력 지형을 완전히 뒤바꿨다. 거야(巨野)의 수장으로 복귀한 이재명 대표는 검찰의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재수사로 위기에 처했다.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됐고 이제 그 창끝은 이 대표로 향하고 있다. 2022년의 극심한 진영 간 대결이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산통일지 더 큰 폭발을 예비하는 분열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정치분야 10대 뉴스를 선정, 요약해 봤다.<편집자 주>
1. 정권교체, 윤석열 대통령 취임
3월 9일 20대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5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0.73%p 헌정사상 최소 득표차 승리였다. 10년마다 정권이 교체됐던 ‘10년 주기론’도 깨졌다. 첫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자, 1987년 개헌 이후 처음으로 국회 경험이 없는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대권 도전 선언 8개월 만에 대권을 거머쥐는 기록을 세웠다. 윤석열 정부의 1년차는 험난했다. 여소야대 국회 구도는 의정 경험이 전무한 윤 대통령에게는 힘겨운 도전의 시기였다.
2. ‘아듀 청와대’, 용산시대 개막
제왕적 권위주의를 상징해온 청와대를 떠나겠다는 약속대로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국방부 청사로 정부 출범 11일 만에 집무실을 이전했다. 청와대는 정부 수립 74년만에 국민 품으로 돌아갔다. 용산시대의 개막은 대통령실의 새로운 변화를 보여줬다. 출근길 도어스테핑이 시작되었고, 비서실과 기자실이 한 건물에 위치해 업무 효율 극대화와 소통 강화를 시도했다. 국민 일부와 야당의 반대가 있었지만 취임 11일 만에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은 용산시대가 열렸음을 상징했다.
3. 6.1지선 국힘 대승, 지방권력 180도 뒤바꿔
6.1 지방선거는 지방권력 지형을 180도 뒤바꾸었다. 광역단체장은 국힘 3·민주 14→국힘 12·민주 5로, 기초단체장은 국힘 53·민주 151→국힘 145·민주 63로 4년 전과 정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광역의원도 국민의힘이 540명을 차지해 322명에 그친 민주당을 압도했다. 지방권력이 전면 재편되면서 지자체의 정책 변화와 보수화 경향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민주당이 지킨 경기도의 경우 경기도의회 구성이 초유의 ‘여야 동수’를 이루면서 협치의 시험대로 주목받고 있다.
4. 대선 승리 5개월만에 비대위체제 집권여당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승한 집권여당이 곧바로 비대위 체제에 돌입한 초유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 5개월만인 8월 9일 주호영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당시 이준석 당대표가 당 윤리위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고 직무가 정지되면서다. 이준석 전 대표는 징계에 반발해 ‘가처분 정치’를 시작했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주호영 비대위-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정진석 비대위가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내년 3월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체제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5. 첫 30대 보수정당 당수 이준석의 단명
헌정사 최초로 30대에 보수정당 당수에 올랐던 이준석 전 대표가 1년 2개월만에 해임됐다. ‘이대남’과 호남의 지지를 끌어올려 대선과 지선 승리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성 접대 의혹이 발목을 잡았다. 증거 인멸을 교사했다는 혐의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았다. 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자 법적 대응에 나서고 대통령과 당을 향해 ‘양두구육’, ‘신군부’ 등의 표현을 해 당원권 정지 1년 추가 징계까지 받았다. 다음 총선에서 공천 받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6. 선거판 큰손으로 떠오른 20대
20대가 선거의 ‘캐스팅보트’로 떠오르며 선거 때마다 주목받고 있다. 과거 20대는 강한 진보성향을 보였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책·‘내로남불’에 실망하면서 급속히 보수정당 지지로 돌아섰다. 정치적으로 유연하고 진보-보수 등의 거대담론보다 실용적 의제에 더 관심을 두는 특징이 있다. 18~29세 유권자는 총 유권자의 18% 정도지만 선거 승패를 갈라왔다.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준석 당대표 당선,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과 지방선거 국민의힘 압승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7. 이재명, 여당 대선후보서 巨野 당수로
이재명 대표는 여당 후보로 나선 대선에서 낙선한 뒤 곧바로 거대 야당 대표로 돌아왔다. 대선 패배 후보가 휴지기 없이 바로 정치 일선에 복귀하는 건 흔치않은 일이었다. 이 대표는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국회에 입성한 뒤, 8월 전당대회에서 역대 최다 득표로 당 대표직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대선 때부터 이 대표 발목을 잡은 대장동 개발 의혹 등 사법 리스크는 ‘현재 진행형’이다.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된데 이어 검찰 창끝이 이 대표를 향하고 있다.
8. 여야 정치권 덮친 사법 리스크
여야는 이준석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휘말려 당내 분란이 끊이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와 당 지도체제를 둘러싼 가처분 소송,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다. 국민의힘은 지도체제 개편에 잠시 제동이 걸렸지만 당헌당규를 개정해 내년 3월 전대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진행형이다. 검찰이 대선 자금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유동규·남욱 등이 연일 폭로전에 나서며 이 대표가 코너에 몰리는 형국이다.
9. 공전 54일 만에 21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
7월 22일 당시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에 합의했다.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여야가 상임위원장직을 11대7로 배분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앞서 5월 29일 전반기 국회가 종료된 지 54일 만의 정상화였다. 마지막까지 최대 쟁점이었던 과방위와 행안위 위원장을 여야가 1년씩 교대로 맡기로 하면서 최종 타결됐다. 하지만 이는 정쟁의 예고편이었다. 행안위의 ‘경찰국’, 과방위의 ‘언론’ 문제는 내내 정쟁의 소재가 되었다.
10. ‘용산 시대’의 대표 브랜드, 대통령 도어스테핑
용산시대를 상징하는 장면은 매일 아침 대통령실 1층 로비에서 진행된 출입기자단과의 도어스테핑이었다. 공식 기자회견만 가끔 개최했던 역대 대통령들과 차별화된 소통을 보여주는 대표 브랜드로 평가받았다. 총 61번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리스크도 컸다. 문화와 관행이 자리 잡지 않은 가운데 벌어지는 돌출상황은 대통령 행보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해외 순방 발언 자막 논란으로 촉발된 대통령실과 MBC의 갈등이 참모와 기자의 충돌로 이어져 11월 18일 이후 무기한 중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