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시중의 자금수요도 위축된 가운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까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8월 3.75%인 콜금리(정책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한데 이어 11월에도 3.25%까지 낮추며 내수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리인상 추세속 한국만 인하정책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정책금리(실질금리, 콜금리) 11월 5일 현재 마이너스 0.30%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은행에 돈을 맡기고 이자를 벌어들이더라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0.3%의 손해를 본다는 뜻이다.
9월말 현재 -0.75%를 기록한 미국에 비해서는 0.45% 포인트 가량 높은 편이다. 그러나 미국 금융당국은 7월 이후 네차례에 걸친 금리인상을 단행 정책금리를 2.0%가지 끌어올리면서 마이너스 폭을 좁혀가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조만간 플러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 이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보이는 유로지역(-0.10%)도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손해보는 비중이 낮은 편이다.
영국은 정책금리가 4.75%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1.1%에 불과해 실질금리가 3.65%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정책금리가 0.1%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상승률은 -0.2%로 실질금리는 0.3%에 달한다.
지난 9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5.2%인 상태에서 정책금리가 5.31%였던 중국도 10월말 0.27%포인트의 금리인상을 통해 실질금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 관계자는 “과거 미국의 경우 정책금리를 1%까지 내린 적이 있다”고 전제한 뒤 “우리나라의 저금리 정책이 최근 경기회복과 맞물려 중립적 수준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벌어지는 예대금리차
정부의 두차례에 걸친 금리인하로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면서 정책금리를 통해 금융권이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비난까지 일고 있다.
2000년 이후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편차인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면서 4년 동안 1.5배까지 확대됐다. 은행권이 수익성을 내세우며 예금금리 인하에 비해 대출금리 인하가 낮은것이 원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은행권의 예금 평균금리는 2000년 말 연7.01%에서 10월 3.48%로 절반이상 떨어졌다. 이 기간동안 대출금리도 8.55%에서 5.71%로 2.84%포인트 낮아지는 등 전반적인 금리하락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은행권은 정부의 정책금리 인하를 계기로 예대금리차를 넓히면서 가뜩이나 침체된 국내경기에 찬물을 껴얹었다. 신규취급액의 경우 지난 2000년 1.54%였던 은행권의 예대금리차는 올 10월중 2.23%로 0.69%포인트가 늘어났다. 이러한 경향은 기존 예금에 대해서도 영락없이 적용됐다. 기존 저축성예금의 평균금리는 2002년 5.19%에서 올 10월에는 4.16%로 1.03%포인트나 떨어졌다. 이에 비해 대출평균금리는 7.45%에서 6.49%로 0.96%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쳤다.
이러한 경향은 은행권에 한정되지 않고 제2금융권까지 합세한 형국이다.
신용협동조합의 일반대출금리는 10월8.39%로 9월에 비해 0.09%포인트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두차례에 걸친 정책금리의 인하에도 불구하고 8%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확대가 은행들의 입장에서 수익을 높여주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예금과 달리 대출은 부실의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에 금리인하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추가 인하는 어려울 듯
전 세계적인 금리인상추세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꾸준이 금리인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2002년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전반적인 경기침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서민과 중소기업의 혜택은 사실상 어렵다는 계 금융권의 시각이다.
정부가 정책금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이후 극도의 내수부진이 도마위에 오르면서부터 기업과 가계 부분에서는 대출금리 하락으로 이어져 금리부담해소에 도움을 주게 된다. 그러나, 정부 금융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은행과 우리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을 제외한 타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을 긴축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금융권은 신용도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고는 있지만, 중소기업 대출의 축소는 국내 경제가 안고 있는 실업률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설비투자 확대는 사실상 어렵게 만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것도 금리인하를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0년과 2001년 외환위기로 수익성에 문제를 야기시켰던 기업대출을 줄이며 상대적으로 안전한 부동산대출을 중심으로 한 개인대출 증가가 눈에 띄었다. 이 때문에 부동산값이 폭등하는 등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됐다. 정부가 부동산을 잡겠다며 각종 정책을 쏟아내는 순간 천정부지로 치솟던 부동산가격이 떨어지면서 이로 인한 피해가 서민들에게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는 형국이다.
부동산 가치의 하락은 담보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져 기존에 대출을 해준 은행권으로선 건전성 등의 문제가 야기됨으로 인해 상환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이와함께 대출금리가 비록 5%대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소비위축이 해소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원인으로 파악된다.
정부가 실질금리의 마이너스를 언제까지 고집할 수 없다는데 고심을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각 국의 금리정책은 상황에 따라 전개되는 만큼 우리나라의 실질금리 마이너스시대는 한시적으로 갈 수 있다”면서도 “금리가 내려간다고 해서 경제가 살아난다면 더 내릴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금리인하가)어느 정도 제한된다고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