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정부가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하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기본계획)’을 21일 발표했다.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윤석열 정부의 첫 로드맵이다. 기본계획 발표 다음날인 22일에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와 환경부 공동으로 탄녹위 위원, 관계부처, 학계, 민간협회 등 이해관계자가 참석한 공청회도 가졌다.
정부의 기본계획에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유지하면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부문·연도별 감축량 목표치를 제시한 게 눈길을 끈다. NDC는 국제사회에 한 약속이고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상 후퇴는 불가하기 때문에 2018년 대비 40% 감축이라는 감축률은 조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2021년 10월 NDC를 상향하며 발표한 부문별 감축 목표치에서 산업 부문 몫을 줄이는 것 위주로 조정됐다. 산업 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억3천70만톤(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2018년 대비 11.4% 줄이기로 했다. 기존 2018년 대비 14.5% 감축에 견줘 3.1%P(포인트) 완화된 것이다. 탄녹위는 “원료 수급과 기술 전망 등 현실적인 국내 여건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원전 발전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활용한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치도 1천120만톤으로 기존(1천30만톤)보다 높였다. 결국 이번 기본계획은 산업 부문에서 탄소 배출량을 덜 줄이면서 부족한 부분을 원전·신재생에너지 활용과 CCUS라는 신기술, 국제 감축으로 보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기본계획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경제계는 ‘도전적인 목표’라고 평가하면서도 일단 적극적인 동참 의지를 밝혔다. 규제 개선과 인센티브 확대 등 정부 차원의 지원도 촉구했다. 경총을 비롯한 대한상의, 전경련 등은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과도한 부담으로 국제 경쟁력이 약화하지 않도록 세제혜택 등 정부 차원의 적극 지원을 촉구하면서도 주어진 환경에서 역량을 총동원해 동참하겠다고 발표했다. 불확실성이 제거되었다는 점과 특히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조정된 게 기업들의 동참의지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감축목표를 원활히 달성하기 위해서는 조정 폭의 현실성을 지속적으로 재검토해 기업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먼저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차기 정부에 전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량의 75%가 2027년 이후에 집중돼 있다. 연도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3년 6억3천390만톤, 2024년 6억2천510만톤, 2025년 6억1천760만톤, 2026년 6억290만톤, 2027년 5억8천500만톤, 2028년 5억6천60만톤, 2029년 5억2천950만톤 등으로 설정됐다.
특히, 2029년과 2030년 사이에 9천290만톤이나 줄여야 한다. 임기가 2027년까지인 윤석열 정부가 다음 정부에 NDC 달성 ‘책임’을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산업 부문의 감축분을 깎아주고 대신 ‘국제감축’과 같은 불확실한 감축수단의 비중을 높였다는 지적도 있다. 파리협정 이후 모든 국가가 감축의무를 부담하는 상황에서 국제감축분 물량을 확보하는 것도 어렵고, 기본계획에 담긴 국제감축분을 달성하려면 막대한 비용을 해외에 지불해야 하는데 차라리 그 돈으로 국내에서 재생에너지와 저탄소 산업에 투자하면 국가경제, 신산업 창출, 일자리 증가에 모두 기회가 된다는 주장이다. 절차적인 문제도 제기됐다. 3월 25일까지 수립해야 하는 국가계획을 예정 시한 사흘 전(22일) 공청회를 열어 충분한 의견 수렴과 공론화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기본계획 발표 하루 전날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를 공개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비관적인 전망이 담긴 이 보고서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 목표가 기후변화를 해결하는데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각국이 NDC를 상향해야 한다는 요구다. 정부의 기본계획이 세계 공동행동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산업계에 “아직 시간이 있다”는 메시지가 될지도 우려스럽다. 기후변화 대응은 세계가 모든 방면에서, 동시 행동이 중요하다. 정부의 더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과 2050 탄소중립 시점까지의 구체적 감축 경로와 감축 수단을 갖춘 ‘계획’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