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정부는 지난 12일 학교폭력 근절 대책으로 가해 학생에 학교폭력의 책임을 반드시 지우겠다며 학생부 기록보존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국가수사본부장을 사퇴한 지 한 달 반 만이다.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뒷받침할 후속 입법에 여야 모두 공감대를 가지는 가운데 대학도 고교 1학년이 치를 입시부터 가해자 학교폭력 징계 조치를 반영하는 자율적 도입에 공감을 가졌다.
이번 대책의 종합 방향은 ▲학교폭력에 대한 무관용 원칙 ▲피해 학생의 최우선 보호 ▲학교 현장의 학교폭력 대응력 강화 등이다. 학생부 기재를 피할 의도로 가해 학생이 자퇴해도 기록이 남도록 했으며, 기록을 삭제할 때는 피해 학생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가해 학생의 학생부 기록은 학생부 중심 대입 전형뿐만 아니라 정시 대입 전형에도 반영해야 한다. 당장 2025학년도에는 대학이 자율로 이를 반영하지만, 2026년부터는 모든 대학이 의무적으로 학생부를 반영해야 한다.
이번 학교폭력 근절 대책의 핵심은 대학 입시 전형에 의무적으로 징계 기록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학교폭력 시 대학 입학뿐만 아니라 졸업까지도 불이익을 받는다’는 경각심 고취의 목적이 강하다. 하지만 징계 기록이 곧 탈락을 의미할 만큼 반영할지, 정순신 변호사 자녀 때의 서울대처럼 몇 점 수준을 감점하는 선에서 그칠지 아직 명확하지는 않다.
대입전형기본사항은 각 대학의 입시 전형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지침으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 대학 협의체가 교육부와 함께 정한다. 결국 대학은 이 지침을 벗어나 대입전형시행계획을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학교폭력 관련 대입전형기본사항이 어떤 방식으로 정해질지 참고 사례는 2021년 2월 학교운동부 폭력근절 방안에 따라 대입 체육특기자 전형에서 학생선수 폭력 관련 조치를 반드시 반영하게 했다. 2025학년도 대입부터 시행되는 학교폭력 조치도 이와 같아질 전망이다. 교육부는 대입 평가의 구체적인 반영 방식이나 기준 등은 대학별로 결정할 것이라 말하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감점제도 실효성 논란과 정시 전형 등 모든 전형에서 학교폭력 징계를 이유로 지원 자격을 막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분 결과를 대입 정시·수시 전형에 반영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에 대해 매우 동의가 68.0%로 나왔다. 이와 같은 결과는 학교 폭력 내용을 담은 넷플릭스 ‘더글로리’가 화제가 되면서 학교폭력이 조명된 것이 현실에 반영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학교폭력 가해자는 피해자를 한 인격으로 보지 않고 그저 그들의 기분과 감정에 따라 폭력을 가한다. 잘못이라 생각하지도 않고 반성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피해 학생의 탓으로 돌린다. 이런 가해자 뒤에는 부모의 그릇된 자식 사랑이 있으며, 막아주고 은폐하는 것이 부모의 도리인 양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폭력의 본질은 여러 외부적인 요인을 들 수 있으나 부모의 잘못된 자식 교육이 가장 크다. 물론 자식이 학교폭력 피해자인지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가해자인지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학교폭력’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폭력행위이기에 범위가 넓다. 특히 학교 밖에서 일어난 폭력에 대한 증거 확보가 어렵고, 처리 과정의 행정적 절차도 상당히 복잡하다. 학교폭력 업무를 맡은 교사는 교육자로서 책임은 크지만, 권한은 없어 상담과 조사과정에 한계가 있다. 학교폭력 대책을 위해서는 먼저 이런 현실적인 부분이 고려되어야 한다.
학교폭력으로 검거된 가해자 10명 중 4명꼴인 학교 밖 청소년은 사각지대에 놓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가해자에게 엄벌을, 피해자는 회복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한 정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