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러시아 법원이 간첩 혐의로 구금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의 석방을 거부했다.
18일 AP통신,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모스크바 법원은 이날 게르시코비치 기자기 제기한 미결 구금에 대한 항소를 기각했다.
게르시코비치 기자는 청바지와 격자 무늬 셔츠 차림으로 투명유리 공간에 격리된 채 법정에 등장했다. AP통신은 그가 침착해 보였으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날 게르시코비치 기자는 구금된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재판을 보기 위해 수십명의 기자들이 법정에 몰려들었다.
게르시코비치 기자 측 변호인은 구금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즉각적인 석방을 요청했다. 그의 석방을 위해 5000만루블(약 8억원)의 보석금을 내겠다고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WSJ의 소유주의 다우존스가 제공한 보석금에 대한 보증서까지 제출했지만 보석 요청이 거부됐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그가 TV를 보거나 운동을 하며, 러시아 고전 소설을 읽는 등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정에는 린 트레이시 주모스크바 미국 대사도 있었다. 트레이시 대사는 전날 레포르토포 감옥에서 게르시코비치 기자를 면회할 수 있었다면서 "그는 건강하며 건재한 상태"라고 전했다.
게르시코비치 기자는 WSJ의 모스크바 지국 특파원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러시아 중부 우랄 지역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
러시아는 그가 "미국 측의 요청에 따라 러시아 군수산업 단지 내에서 기업 활동에 대한 국가 기밀 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스크바의 레포르토보 지방법원은 바로 다음날 그를 5월29일까지 미결 구금하라고 명령했다. 러시아는 이달 7일 그를 공식 기소했다.
미국 정부는 10일 이 사건을 '부당한 구금'으로 지정했다. 간첩 혐의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단, 석방을 위해 모든 수단을 모색할 권한을 부여받았다는 의미다.
다만 그의 석방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죄수 교환 협상을 시작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으나, 러시아는 재판이 마무리된 이후에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