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위조된 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테라 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재판에서 자신이 소지했던 여권이 위조 여권인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16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 등에 따르면 권 대표는 이날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서 열린 위조 여권 사건 재판에서 “친구가 추천한 싱가포르에 있는 한 대행사(에이전시)를 통해 모든 서류를 작성해 코스타리카와 벨기에 여권을 받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해당 에이전시를 통해 그라나다 여권을 신청할 때는 거절당했고, 코스타리카 여권을 신청할 때는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만약 소지했던 여권이 위조 여권이라고 생각했다면 이걸 갖고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전세기를 타고 출국하려 했다고 믿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이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항변했다.
권 대표는 또 함께 붙잡힌 측근 한모 씨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판사에게 “위조 여권으로 처벌을 받게 되면 나만 받게 해달라”고 언급했다.
반면 담당 하리스 샤보티치 검사는 “기소 혐의는 재판과정에서 입증됐다”면서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문서를 인계받을 때 자료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은 비논리적 인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대표와 한씨는 지난 3월23일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사용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두 사람은 공문서위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최후 변론이 끝난 뒤 오는 19일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테라·루나 사태'와 관련해 권 대표 외에 5명은 2022년 5월 가상화폐 폭락과 관련한 사기 및 금융범죄 혐의로 지명수배 중이다.
테라·루나 사태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테라가 달러화와의 페깅(가치 고정)이 끊어지면서 테라의 가격을 지지해주던 자매 코인 루나의 가격도 연쇄 폭락한 사건이다. 한때 시가총액만 50조원이 넘어섰던 대형 코인들이 연쇄 급락하면서 국내외 수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이에 한국 법무부는 지난 24일 몬테네그로 당국에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미국 뉴욕 남부 연방지방검찰청(SDNY)도 권 대표가 체포된 직후 그를 투자자 기만·인터넷 뱅킹을 이용한 금융사기·시세 조작·상품 사기·증권 사기 등 8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싱가포르 경찰도 권 대표가 800억원 대 가상화폐 사기를 저질렀다고 보고 지난달부터 수사 중이다. 이 밖에 몬테네그로 현지에서도 권 대표는 위조문서 소지 혐의 재판, 범죄인 인도 심리 등 총 2가지 사건에 직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