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올해 ‘역대급’ 더위가 찾아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상청은 17일 강원도·전남·북·경북등 일부 지역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를 발효했다. 18일엔 서울 전역에도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지난해 서울의 첫 폭염주의보가 6월 25일에 내려진 것과 비교하면 일주일 이상 빠르다. 특히, 우리나라의 기온 상승이 심상치 않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CPP)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0.87도 상승할 때 한국은 무려 1.8도가 상승했다는 분석 자료를 내놨다. 우리 기상청도 올 여름철(6~8월) 예상기온이 평년(23.7℃)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온 상승은 전 지구적 현상이다. 최근 10여년 간의 기온통계를 보면 여름철 평균기온과 폭염일수가 모두 증가 추세다. 영국 기상청은 지구의 평균 기온은 앞으로 5년 내 1.5도 이상 높아질 가능성이 약 50%이며, 지구의 기온이 단 1도가 오르기만 해도 전 세계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폭염은 ‘침묵의 살인자’라 불린다. ‘더워 죽겠다’라는 말은 그저 관용구처럼 쓰이는 말이 아니다. 최악의 폭염피해 사례는 1995년 미국 시카고에서 발생했다. 1995년 일 최고기온이 40.0℃를 기록했던 시카고에서는 7월 약 2주의 기간 동안 무려 739명이 사망했다. 사람이 높은 온도에 노출되면 열사병, 열탈진, 부종, 땀띠, 경련, 두통, 무기력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심각한 탈수나 뇌혈관질환, 혈전생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 열사병이다. 열사병은 치사율이 50%에 달하며 중추신경장애로 땀이 배출되지 않아 체온이 40℃ 이상 오르는 가장 위험한 급성질환이다.
우리나라 폭염사망자는 집중호우나 태풍으로 인한 사망자를 이미 넘어섰다. 2018년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 개정된 후 이 기준을 반영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폭염사망자는 총 493명이다. 같은 기간 태풍으로 인한 사망자가 42명, 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95명으로 두 인명피해를 합친 것보다 3.6배가량 많다. 정부 집계에서 누락된 피해자를 고려하면 그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6월 20일부터 7월 18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사망자 1명을 포함해 124명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온열질환자 92명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에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폭염’을 지목했다. 폭염 피해는 태풍 피해와 달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고령자, 저소득자, 만성질환자 등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중 상당수가 취약계층에 집중돼 있다. 폭염은 그래서 ‘힘없고’, ‘돈 없고’, ‘건강이 허약’한 사람들에게 더 가혹한 ‘재난’이다. 1997~2018년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 분석 결과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 사망자 627명 중 약 61%인 385명은 병원이 아닌 가정 내에서 사망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망자 중 61%가 치료받을 형편이 되지 않는 저소득층이라는 뜻이다. 코로나19 펜더믹으로부터 일상으로의 복귀가 전면화하는 가운데 찾아온다는 ‘역대급’ 폭염이 우려되는 건 이런 이유서다.
‘재난으로부터 취약계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는 항상 정부의 숙제다. 소득이 낮을수록 냉방기기의 보유 여부와 가동 시간 등 고온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낮아지고 폭염 취약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악의 폭염 피해로 꼽히는 1995년 시카고 사태에서도 가난하고, 혼자 사는 노인의 피해가 가장 컸다. 2018년 여름, 한 달 넘는 극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163명이 목숨을 잃은 후 정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해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시키며 본격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 상황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아 온열질환 예방가이드나 근로자, 취약계층 폭염대비책을 세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건강피해에 대해 복합적인 연계 대책을 종합적으로 수립할 때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