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폭염 속에서 1일 개막한 전북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 대한 우려가 크다. 폭염과 시설부족, 침수로 인해 성공적인 대회 개최는 이미 물 건넜다. 일부 참가자들은 이번 행사가 ‘진짜 생존게임’이 되었다는 호소를 대놓고 하고 있고, 몇몇 국가는 자국 참가자들을 다른 곳으로 대피시키는 지경이다. 개막이후 온열질환 환자가 속출하면서 대회에 참가한 158개국, 4만3천여명의 대원 및 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대회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국 BBC 등 세계 유수의 언론이 현지 상황을 보도해 한국의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냉동차와 양질의 식사 제공 등 긴급 대책을 지시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한류를 앞세워 문화대국을 자부하는 한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황당하기 짝이 없다.
사전 준비가 부족하다는 정황은 이미 있었다. 5월부터 지역언론 등에서는 전기와 상수도 공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야영지 배수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작년의 프레잼버리가 취소된 것도 코로나 확산 때문이 아니라 준비 부족 탓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대회 기간인 8월 초순은 통상 우리나라에서 가장 무더운 시기다. 바다를 메워 조성한 새만금 야영장은 애초부터 숲이나 나무 같은 자연 그늘이 거의 없는 곳이다. 한낮 땡볕을 피하기 어려운 야외에서 행사를 진행하면서도 냉방장치나 샤워실 등은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지난달 쏟아진 장맛비로 곳곳에 물구덩이까지 남아 있어 야영장은 흡사 한증막을 방불케 한다는 참가자들의 호소도 나왔다. 대회를 준비해온 전라북도가 사전에 폭우나 폭염에 대비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미리미리 관리감독하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중앙정부의 책임도 있다. 이번 대회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상징적인 행사로 여겨지며 대한민국의 저력과 위상을 보여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무산됐다.
현장은 ‘생존 체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4일 조직위원회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하루 동안 1천486명이 잼버리 영지 내 병원을 찾았다. 이들 중 온열질환 환자는 138명이었다. 대회 개막 후 사흘간 야영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만 28명이 나왔고, 영지 내 병원에 병상이 없어 영외로 이송된 환자가 63명에 달한다. 이 와중에 행사장 내 편의점은 시중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얼음을 팔아 폭리를 취했다. 삶은 계란과 식재료는 무더위에 상해 곰팡이가 피었는데도 대원들에게 지급됐다. 일부 야영장은 진흙탕에 발목이 잠길 만큼 배수가 되지 않아 플라스틱 팔레트를 깔고 텐트를 쳐야 하고 모기와 파리가 들끓어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고 한다.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동·하계 올림픽과 월드컵축구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나라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이번 사태도 안전불감증과 무사안일주의가 낳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 각국에서 온 4만여명이 넘는 청소년들의 안전과 건강이다. 그나마 몇몇 긴급 대책들이 시행되면서 당장 급한 불은 껐다니 다행이다. 잼버리 대회는 오는 12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대회조직위는 물론 정부는 역량을 총동원해 안전사고 예방과 대비에 마지막까지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번 사태가 남긴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잼버리 대회가 그나마 이 수준에서 마무리 될지 세계적 망신을 더 살지는 남은 기간 정부와 조직위의 대처 능력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