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8월 31일 당 대표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이 순간부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 항쟁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 민생 파괴·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죄 ▲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반대 입장 천명 및 국제 해양재판소 제소 ▲ 전면적 국정 쇄신 및 개각 단행 등을 요구했다. 당내 일각의 사퇴 주장에 대해선 “여전히 우리 민주당 지지자들, 또 당원들이 압도적으로 현 당 지도체제를 지지한다”며 일축했다.
이 대표는 올해 국정감사 계획과 내년 총선을 대비한 민주당의 비전을 제시할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항해 ‘벼랑 끝 투쟁’을 선포한 셈이다. 이 대표의 진단대로 제1 야당 대표가 단식 투쟁까지 이르게 된 상황을 윤 대통령은 심각하게 인식하고, 국정 상황 전반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해야 한다. 함부로 폄하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 국면 전환용이라는 말은 피할 수 없다. 이 대표의 단식 투쟁을 지켜보는 많은 국민은 의문을 가질 만하다. 이 시기에, 느닷없이 단식 선언이 나왔는지 이해하긴 쉽지 않다. 야당이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는 건 당연하지만, 정기국회 개회를 하루 앞두고 제1야당 대표가 돌연 무기한 단식을 선언한 것에 선뜻 고개가 끄덕일 국민은 얼마나 될까?. 이번 정기국회에 제1야당 대표로서 어디에 중점을 둘지, 당 대표 임기 1년 성과를 바탕으로 부족한 점은 어떻게 바꿔나갈지, 당의 혁신 청사진은 어떤 리더십으로 이끌지 등 간담회에 기대했던 내용은 부족했다.
제1 야당 대표가 단식 농성에 들어가면서 올해 정기국회도 정쟁으로 날을 샐 공산이 커졌다. 대표가 단식 농성 중인데 민주당 어느 국회의원이 한가하게(?) 민생을 차분히 챙기고 제시할 수 있을까? 민주당에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비롯해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 대표는 내년 총선과 관련해 “지지하는 모든 세력이 함께할 수 있도록 넓게 판을 벌이고 포용, 혁신적으로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표가 리더십을 갖고 앞장서지 않으면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국민적 지지를 투쟁 동력으로 삼을 만큼 신뢰를 얻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만 본다면 그렇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답보 내지는 하락하는데도 민주당 지지율은 20% 후반에서 30% 초반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스스로 “국민의 삶이 이렇게 무너진 데는 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했다. 지난 1년간 민주당이 대안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의 핵심에는 이 대표가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방탄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논란과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보유 파문 등에도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윤석열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지지율이 낮음에도, 민주당에 국민 지지가 모이지 않는 것에는 이런 점들이 작동한 탓이다.
이 대표가 의지할 곳은 당이나 국회가 아니라, 국민이다. 제1 야당 대표가 단식 농성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정치가 멈췄다. 당장 9월 1일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민주당이 얼마나 당력을 집중해 민생을 챙기고 윤석열 정부를 견제할지 지켜볼 일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국정감사에서 민생을 챙기고 제대로 대변한다면 이 대표의 단식 농성의 진정성은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