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는 20세기 초 일본의 침략을 피해 고국을 떠나 러시아로 이주한 한인들의 정착 과정을 ‘귀화’라는 관점에서 탐색한 신간 『귀화를 넘어서: 러시아로 간 한인 이야기(송영화 지음)』를 발간했다.
이 책은 1905년 이후 러시아로 향한 한인들이 현지 사회에 적응하며, 귀화를 선택한 방식과 그 의미를 추적했다. 한인들의 경제활동, 정치적 입장, 사회적 네트워크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며 귀화 이후에도 지속된 그들의 정체성 탐색 과정을 면밀히 살폈다.
러시아로 향한 한인, 귀화라는 선택과 도전
이 책은 1905년 이후 러시아로 이주한 한인들이 고국의 식민화와 현지 적응이라는 이중 과제 속에서 어떻게 생존하고 대응했는지를 조명했다. 러시아 이주 한인들이 정치적 격변 속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분석하고 있으며, 특히 귀화가 단순한 법적 신분 변경이 아니라 적극적인 생존 전략이었음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한인들이 차별과 도전에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해 갔음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귀화를 통해 러시아 사회에서 법적, 경제적 지위를 확보하는 한편, 고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독립운동에도 영향을 미친 내용을 수록했다.
풍부한 사료에 기반한 서술과 기존 연구를 뛰어넘는 입체적 분석
이 책은 한국, 러시아, 일본 등에 보관 중인 다양한 사료를 활용했으며, 전체 분량의 20퍼센트가 미주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될 만큼 방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했다. 일본외무성 기록, 러시아 국립문서보관소 문서 등 당대 기록된 1차 자료를 기반으로,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모색해야 했던 러시아 귀화 한인들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특히 기존 연구가 한인의 독립운동과 민족주의적 관점에 집중했다면, 이 책은 한인들의 삶을 보다 폭넓은 배경에서 조명했다. 아울러 국적이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유동적인 개념임을 강조하며, 한인들이 단순한 피지배자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대응했음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국적을 단순한 법적 개념이 아니라 시대적 배경 속에서 변화하는 동적인 개념으로 재해석했다.
초국적 관점에서 본 역사 속 한인의 삶과 능동적 선택
이 책은 러시아 귀화 한인들이 역사의 격류 속에서 수동적 피해자가 아니라, 각자의 상황에 맞춰 능동적으로 생존 전략을 모색한 주체였음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단순히 한인의 러시아 정착 과정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현지 사회에 동화되거나 조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자세히 추적했다. 또한 귀화라는 행위를 둘러싼 다양한 선택과 그 의미를 깊이 탐색하며, 한인 역사의 복합성을 입체적으로 드러냈다.
이를 통해 국가 경계를 넘나들며 살아간 이들의 경험을 조명하는 동시에, 오늘날의 이주와 국적 문제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했다. 한반도를 떠나 러시아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한 한인들―그들의 선택은 어떤 의미를 가지며,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기는지 『귀화를 넘어서: 러시아로 간 한인 이야기』는 그 깊은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