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러시아 브누코프 대사가 천안함 침몰은 쿠르스크호 침몰 사건 똑같다고 말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최 의원은 지난 17일 오후, 러시아 브누코프 대사를 만나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7일까지 진행된 러시아 조사단 조사결과와 천안함 사건관련 러시아의 입장에 대해 약 50여분간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현재 러시아 조사단은 한국 조사단에게 많은 조사 자료와 어뢰 파편 등의 증거자료를 받아 본국에서 추가 분석중이며 생존 장병 면담까지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조사발표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2주~3주 후가 될 것이며 조사결과 발표 주체, 장소, 형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또한 “러시아 연방 대통령이 직접 파견한 전문가로 객관적․과학적 분석 결과를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할 것”이며 “연방정부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책임있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답했다.
브누코프 대사는 최 의원과의 면담자리에서 “이번 천안함 사고는 객관적 과학적으로 추가적 분석을 통해 누가 책임을 져야하는지를 정하고, 결과가 나오면 무조건 처벌해야 한다”면서도 “객관적 과학적 분석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북한과 한국이 “자제력을 발휘하고 긴장이 악화되지 않도록 해 줄 것”을 호소했다.
UN안보리 제재논의에 대해서는 “한국도 새로운 제재조치를 가하는 것 원하지 않는다”면서 실제로 북핵 실험시 모든 제재가 가해졌고 더 이상 제재를 추가할 것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브누코프 대사는 “러시아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현재 이 문제에 대해 뉴욕에서 중국을 포함한 다른 파트너들과 긴밀하게 협의 중”이며, 비상임이사국들과도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 중 가장 밀접한 협력 대상은 ‘한국’이라면서 지난 16일 한․러 양국 외교부 장관은 전화통화를 통해 “UN안보리에서 어떻게 심의할지를 논의했고, 양국은 천안함 문제를 군사대응이나 힘이 아닌, 외교적․정치적 방법으로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공동으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브누코프 대사는 “천안함 침몰 사건과, 이로인해 악화된 한반도 정세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남북대화 정상화 문제를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한반도 통일은 한국민족끼리 해결해야한다”고 당부했다.
브누코프 대사는 “러시아는 현재 극동지역과 시베리아지역에 많은 개발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한국과의 공동계획이 많다”면서 “한반도 정세가 악화되고 군사적 행동이 생기게 되면 모두 부정적 영향 끼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추가로 ”올해 11월 한국에서 개최 될 G20정상회의와 2012년 블라디보스톡에서 개최예정인 APEC 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원한다“면서 러시아는 ”한반도와 극동지역 평화를 위해 낙관적이고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를 놓고 일부 국내 언론이 러시아 조사단이 `내부 폭발'로 결론낸 것이 아니냐는 취지로 보도하자 외교통상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주한 러시아 대사관측에 확인한 결과 브누코프 대사가 천안함 침몰이 쿠르스크호 침몰 사건과 같다고 말한 적이 없으며 러시아 정부가 이번 사건의 원인을 내부 폭발로 잠정 결론 내렸다는 보도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러시아 대사관도 천안함 침몰이 내부 폭발이라는 잠정결론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러시아 대사관측은 "대사의 발언을 엄중하게 왜곡하는 기사로, 이 사실에 격분한다"며 "이는 뻔뻔스러운 거짓말"이라고 입장을 나타냈다.
또한 "최문순 의원은 이런 허위적 정보를 공개적으로 반박하며 러시아 대사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 의원측은 "우리는 `내부 폭발'이라고 언급한 적이 없다"며 "러 대사의 발언은 쿠르스크호의 사례처럼 성급하게 판단하면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쿠르스크호는 2000년 노르웨이 북부 바렌츠해에서 침몰한 핵잠수함이다. 러시아 정부는 사고 초기 미군 잠수함과 충돌했다고 추정했으나 2년 가까운 조사 끝에 잠수함 안에 있던 어뢰에서 연료가 누출돼 폭발한 것으로 결론났다.
한편,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RIA Novosti) 통신은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하나의 견해만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는 그같은 견해를 즉각적으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드베데프 대통령은 "(천안함 조사)결과가 명백해지고 일반적인 사실로 인정될 경우 우리는 잘못을 처벌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서 "내가 말한 '잘못을 저지른 자'는 어떤 국가나 세력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에서 어떤 일들이 발생할 지 예측할 수 없으며 러시아 전문가들이 현재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드베데프 대통령의 인터뷰는 다음주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이루어져 천안함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미국이 다시한번 러시아의 설득작업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