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그룹이 선정돼 건설업계와 재계의 판도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16일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와 채권단 등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 입찰가격으로 5조5,000억원을 제시해 경쟁관계였던 현대차그룹을 따돌리고 우선협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앞서 지난 14일 오후 3시 마감된 입찰제안서에서 현대차그룹은 4조3,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결국 인수가 5,000억원 차로 현대건설 인수시도가 무산된 셈이 됐다.
이와 관련, 채권단은 이날 운영위 회의를 개최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작업을 완료했으며 당초 이날 오후 1시로 예정됐던 발표시각을 2시간가량 앞당겨 오전 11시에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채권단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5,000억원 가량을 더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언급한 뒤 “비가격요소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다소 앞서긴 했으나 비가격요소는 심사에서 가중치가 낮아 인수가격을 높게 제시한 현대그룹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채권단은 이달말까지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실사과정을 거치며 올 연말까지 최종적인 매각 본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재계에선 건설업계 1위인 현대건설이 현대그룹으로 넘어가면 재계 순위와 건설업계의 판도가 일시에 뒤바뀌게 된다고 내다보고 있으며,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드러났듯 현대차그룹과의 갈등은 보다 확대돼 범현대가의 내부분란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반면 일각에선 현대그룹이 제시한 인수가격 가운데 상당부분이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채워지게 되는 만큼 현대건설을 인수해도 현대그룹 자체가 자금난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한 재계 관계자는 “자칫하면 승자의 저주가 될 수도 있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현대그룹은 당초 컨소시엄 참여를 약속한 독일 엔지니어링업체 M+W그룹이 불참을 선언, 자금 조달상 어려움이 우려됐으나 동양종합금융증권을 재무적 투자자(FI)로 확보했다.
또한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고배를 마신 현대차그룹은 기아차-현대모비스 등 계열사를 위주로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10조원대의 현금성 자산을 기반으로 인수를 추진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