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담배를 피우셨다. 끊으려고 해 보기도 하고 줄이려고도 해서 대통령이 갖고 있지 않고 비서들에게 맡겨 놨다. 비서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면서 '담배 한대 주게', 그러면 재떨이와 담배 한 개, 라이터를 드렸다. 서거하고도 꽤 오랫동안 환청 같은 게 들렸다. 대통령이 문을 열고 들어오거나 인터폰으로 ‘경수 씨, 담배 한대 주게’ 라고 하는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돌아보면 아무도 없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은 11일 출간된 '봉하일기(도서풀판 부키)'에서 이처럼 불쑥불쑥 노 전 대통령의 환청이 들린다고 털어놓았다.
김 국장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를 시작으로 노무현 당선자 비서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쳐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연설기획관 등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2008년 2월 노 전 대통령의 퇴임과 함께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김 국장은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보낸 시절을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했다. ‘봉하마을에 전입신고 드립니다’ 라는 제목의 글로 시작되는 책의 갈피갈피에는 김 국장을 비롯한 비서관 등이 노 전 대통령의 곁에서 겪은 소소한 에피소드가 16편의 일기형식으로 담겼다.
노 전 대통령이 홈페이지에 직접 올린 글,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찾은 방문객들과 나눈 이야기를 풀어낸 '노짱의 편지'가 화답하듯 자리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귀향해 봉하마을에서 친환경 오리농법으로 쌀농사를 지으며 주민들과 동화되는 과정과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을 만나러 온 시민들과 나누는 정담을 살펴보다보면 고인의 소탈함과 인간적 면모가 새삼 와 닿는다.
'그곳에 가면 노무현이 있다'는 부제와 같이 이 책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에 김 국장을 비롯한 측근들의 그리움이 만들어낸 결실물이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추천사에서 '바보 노무현'을 잇는 사람들이라며 '봉하일기'를 펴낸 김 국장들의 미래를 축원했다.
한편 김 국장은 4·11 총선에서 경남 김해을 지역구에 출마하기 위해 지난달 말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