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포철, Forever 박태준(?)
3월 주총서 명예회장 재추대키로, 박회장 고사는 했으나…
포철(회장
유상부)이 민영화 6개월여만인 지난 3월16일 첫 주총을 열었다.
지난해 10월 공기업의 구태를 벗고 수익위주 경영과 주주중심 경영을 모토로 민간기업의 닻
을 올렸던 포철의 지난해 매출은 총 11조6000억원, 순익만도 1조6000억원에 이르렀다.
수익위주·주주중심 경영방침에도 바람막이가…
그런데 공기업의 구태를 벗고 재도약을 선포했지만 최근 유상부 회장 등 경영진 내부에서
‘박태준 전총리를 포철의 명예회장으로 재추대 하자’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있어 민영
화된 포철의 ‘새집살림 꾸리기’가 아무래도 만만치 않은듯한 모양새다.
한국철강업계의 ‘살아있는 신화’라지만 8년씩이나 포철을 떠나있던 박태준 전총리를 포철
의 경영진이 굳이 명예회장으로 들어앉히고자 하는 심중은 꽤나 복잡한 듯 하다. 표면상으
로는 ‘예우일 뿐 별 뜻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민영화 이후에도 여전히 정부의
‘입김’에서 홀가분할 수 없는 ‘효자아들’의 고충이 이만저만 아닌듯하기 때문이다.
사실 간섭에 가까운 정부의 태도는 최근 수익성 문제로 고사위기에 놓여있는 차세대이동통
신망(IMT-2000) 동기식 사업참여와 파워콤 인수에 포철이 나설 것을 강요(?)하는 형태등으
로도 나타난 바 있어 민영화 포철의 친정발길 끊기가 쉽지않음을 어렵잖게 짐작케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기업들의 인수참여가 극히 저조했던 이들 사업에 정부는
‘만만한 포철’이 참여키를 바랬던 셈이고, 명실공히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해 주주중심 경
영이 불가피한 포철로선 ‘옛정을 따르자니 주주가 걸리고, 주주중심 경영을 토로하자니
외부의 압력 뿌리치기가 여간 곤혹스럽지 않았된’ 셈이다.
한편 지난 93년 소위 ‘대선파동’으로 포철을 떠났던 박태준 전 명예회장을 다시 영입하려
는 포철의 움직임에 대한 업계의 분석은 ‘다분히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즉 과거 DJP 연합 등과 관련, 현정부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해 줄만한 창구로써
‘박태준 카드’를 내놓겠다는 의도일 것이라는 얘기다.
DJP 인연, 방어망 되줄 것 기대
물론 포철 경영진의 이같은 영입의사에 대해 박 전총리측은 아직까지 고사의지를 전하고 있
는 것으로 알려질 뿐 별다른 확답이 보류된 상태다.
최근 경실련이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실태를 조사했던데서도 드러났듯 비록 포철이 정부의
입김이 막강한 영향권으로부터 이탈하였다고는 하나 여전히 외압의 바람막이가 돼줄 방어망
으로서 ‘박태준 포철 명예회장’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은 어찌됐든 공사기업을 떠나 자유
로울수 없는 우리기업의 현주소를 실감케해 유쾌하지 않은게 사실이다.
포철 주총 뒷얘기
포항제철 주주총회가 열린 포항본사 대회의장에는 주총 10분전부터 신일철의 데쓰오 세커
부사장, 미쓰이 상사의 사이토 가즈오 한국법인 본부장, 미쓰비 상사의 오보카타 가즈오 본
사차장 및 뉴욕은행의 게리 펙 부총재, ING은행의 톤 만 세븐버건 부지점장 등 외국인 주
주대표들의 모습이 눈에 띄어 관심을 모았다.
이날 주총에서 유상부 회장은 영업보고를 통해 “앞으로 5년내에 기업가치를 현재의 15조원
에서 33조원으로 증대시키는 신중기 경영 목표와 경영관리 시스템 혁신, 세계 최고의 철강
경쟁력 확보 및 미래 성장 전략사업 육성으로 회사의 미래에 대한 주주와 고객의 기대에 더
욱 부응할 것”임을 아울러 밝혀 주목을 끌었다.
현은미 기자 emhyu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