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솔림욕’으로 1천억 원대의 매출을 올린 탤런트 김영애의 성공신화는 연예계는 물론 업계에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연예인 부업이라면 기존에 음식점이나 카페 등 서비스업이 주류였다. 하지만 홈쇼핑과 인터넷이라는 매개체가 생기면서 연예인들의 진출도 크게 늘고 있다.
연예인이 의류쇼핑몰 창업에 몰리는 이유
이혜영이 만든 여성 의류 브랜드 ‘미싱도로시’와 황신혜의 속옷 브랜드 ‘엘리프리’는 홈쇼핑 판매에서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로 알려진다. ‘홍진경 더 김치’로 사업가로서의 기반을 탄탄히 굳힌 홍진경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연예인 부업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의류 쇼핑몰 창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6년 ‘4억 소녀’ 김예진의 의류 쇼핑몰이 화제가 된 후 김준희, 심은진, 유리-채리나, 자두, 신정환, 박경림 등 인터넷 의류 쇼핑몰 창업이 줄을 잇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은 창업하기도 쉬울 뿐 아니라 오프라인 사업보다 자금이 적게 들어 일반인들도 쇼핑몰 창업이 부쩍 늘고 있다. 의류분야는 사업 접근성이 쉽긴 하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 성공하기도 어렵다. 이미 포화상태에 달해 하루에도 수십개씩 생겼다가 망하는 쇼핑몰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연예인들의 의류 쇼핑몰 창업이 늘고 있는 것은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패션과 관련성이 높고 자신의 대중적인 인지도를 이용할 수 있어 광고효과가 크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입이 일정치 않은 연예인의 특성상 부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 할 수 있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다.

연예인이 만든 의류쇼핑몰은 대략 40여개로 파악된다. 하지만 연예인이라고 다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똑똑한’ 우리의 소비자들은 연예인이 판다고 무조건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말이다. 실제로 사이트 오픈 후 초반 반짝 매출을 올렸다가 사라지거나 근근이 운영되는 연예인 쇼핑몰도 적잖다.
연예인들은 분명 이름값이 있어 홍보에 유리한 측면은 있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과 열정 없이 부업 정도로 생각하고 섣불리 달려들었다가 실패의 쓴 잔을 맛보기 쉽다. 실제로 관리 소홀로 연예인들이 운영 중인 의류쇼핑몰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잘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전자상거래가 연예인이 운영 중인 31개 쇼핑몰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런데 주로 환불이나 반품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 사항이 일반인이 운영 중인 쇼핑몰보다 불만 사례가 배 이상 높게 나왔다.

연애인 간판만으로 성공보장 못해
연예인 쇼핑몰이 성공한 경우를 보면 대개 단순한 부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첫 시작부터 끝까지 자신의 마인드를 담아 자신만의 스타일를 추구하고 철저히 사업화 한다. 지난해 6월 오픈한 김준희의 ‘에바주니’는 첫 달 매출 10억을 올리고 꾸준히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대표적인 성공케이스로 꼽힌다. 하지만 그녀의 성공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탄탄한 기반과 사업적 마인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여년 넘게 수입 의류 멀티숍을 운영하던 어머니 밑에서 패션과 사업을 배웠고 2002년부터 압구정동에서 ‘더 샵’이란 매장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그녀는 “연예인이라는 프리미엄이 홍보에 큰 도움이 된 건 사실이지만 실패하는 연예인도 많다”면서 “‘내 이름 걸고 하면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이 실패를 부른다”고 지적한다.

영턱스클럽 출신 지준구는 지난 3월 ‘블루밍키’를 오픈하고 월매출 1억원을 올리며 비교적 안정적이 사업을 꾸리고 있다. 한 때 가요계 정상까지 섰던 스타였지만 모자를 눌러쓰고 노점상부터 시작해 이 바닥을 갈고 닦았다고 한다. 그의 성공을 보고 주변에서 “나도 쇼핑몰이나 해볼까”라고 쉽게 말하지만 그는 “아무리 연예인이라도 ‘올인’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따끔하게 충고한다.
알고보면 ‘얼굴 마담’?
연예인들은 각자 자신의 이미지를 전면전에 내세운 ‘컨셉트형 쇼핑몰’이라고 강조한다. 쇼핑몰의 원소유자는 따로 있고 연예인의 이름만 빌린, 사실상 허울뿐인 연예인 쇼핑몰도 많다. 이름만 빌려주고 얼굴 마담 노릇이나 한다는 비난도 더러 받는다. 이를 의식해서 인지 샵 멤버였던 서지영은 최근 의류쇼핑몰 ‘제이영’을 오픈하면서 “쇼핑몰 얼굴 마담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사입 담당자와 동대문 밤 시장을 돌아다니며 인생의 활력소를 찾는다”는 말로 직접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서지영도 공동창업을 한 케이스다.
공동창업자 입장에선 연예인이라는 매개체로 홍보효과를 노릴 수 있고 연예인 입장에선 사업에 경험이 없고, 부업이다 보니 서로 손을 잡는 게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로선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패션 스타일을 따라 할 수 있다는 메리트 때문에 연예인 쇼핑몰을 찾는다. 하지만 막상 찾아보면 생각과 달리 실망감만 주는 사이트가 있다. 연예인 본연의 스타일보다 원창업자의 스타일대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심은진은 지난해 11월 Z'BAGO(지바고)라는 브랜드를 런칭하고 ‘지바고닷컴’의 문을 열었다. 며칠 전 심은진의 지바고가 벌써 월매출이 4~5억에 달하며 올해 매출액을 100억으로 잡았다는 보도를 접했다. 하지만 이 사이트 사장은 심은진이 아니다. 대표자는 서영민으로 돼 있고 심은진은 명분뿐인 ‘개인정보관리자’로 돼 있다. 홍보와 사진모델 등은 심은진이 맡지만 별도의 운영진은 따로 있다는 얘기다.
박경림이 운영하고 있는 ‘뉴욕스토리’는 문을 연 지 3개월 만에 매출 3억원을 돌파하며 ‘대박’을 터뜨린 것으로 유명하다. 박경림도 공동창업을 선택했다. ‘뉴욕스토리’ 상표권을 갖고 있던 의류 사업가와 공동투자 형식으로 지난 11월 말 창업했고 수익의 30%를 갖기로 했다. 동업자인 정명완 공동대표는 “단순한 스타마케팅이 아니라 파트너쉽을 나눌 수 있는 연예인을 찾다가 지인의 소개로 박경림을 만났다”고 말했다. 미국 유학 경험이 있고 안티 없는 이미지가 박경림을 동업자로 선택한 배경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