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파키스탄 동부의 구즈란왈라에서 지난 27일 밤(현지시간) 소수 종교인 아흐마디파 신도들이 페이스북에 신성을 모독하는 사진들을 올렸다는 소문에 격분한 폭도들이 아흐마디파 신도들의 주택 몇 채에 불을 질러 여성 한 명과 그녀의 손자 2명 등 3명이 사망했다.
구즈란왈라 경찰의 지샨 시디키는 무슬림들의 성지인 메카 대사원에 있는 큐브 모양의 카바에 나체 사진을 합성한 사진을 아흐마디파 신도들이 페이스북에 게시했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폭동이 일어났고 성난 폭도들이 아흐마디파 신도들의 집에 방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숨진 3명은 방화로 인한 질식으로 목숨을 잃었으며 또다른 여성 신도는 폭동 와중에서 유산을 해 현재 병원에서 치룔를 받고 있다고 시디키는 덧붙였다.
아흐마디 신도들은 기독교도나 힌두교도, 시크교도들과 함께 오래 전부터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로부터 박해를 받아왔다. 이슬람 예언자 마호메트 대신 굴람 아흐마드를 예언자로 숭배하는 아흐마디파는 스스로를 무슬림으로 자처하고 있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아흐마디파를 무슬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에도 파키스탄을 방문 중이던 파키스탄 출신 미국인 심장내과 의사 등 아흐마디파 신도 2명이 총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시디키는 현지 지도자의 아들이 아흐마디파 신도인 한 소년이 신성 모독성 카바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며 이 소년을 집을 찾아가 말다툼을 벌이다 총격이 일어나 부상당하면서 폭동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TV들은 무장한 폭도들이 아흐마디파 신도들의 집 밖에서 구호를 외치며 방화하는 장면을 방영했다.
파키스탄에서 신성 모독은 중대 범죄로 종신형이나 사형에까지 처해질 수 있으며 군중 또는 개인이 자의적으로 신성 모독을 처벌하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전반적인 공포 분위기 때문에 신성 모독과 관련한 재판은 이뤄지기조차 힘든 실정이다. 법관들은 안전을 우려해 교도소 내에서 재판이 여는 일이 많으며 증인들은 신성모독 혐의자에 대한 증언 때문에 공격 목표가 되는 것을 두려워 해 증언에 나서는 것을 꺼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