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반]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이어 2연속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야구의 운명이 27, 28일 이틀간 벌어지는 단판승부로 결정된다.
류중일(51·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조별예선 3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고 B조 1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조별예선 3경기에서 한국이 보여준 전력은 막강했다. 3경기 연속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함께 B조에 포함됐던 태국과 홍콩의 경우 한국과의 전력차가 워낙 커 경기 전부터 한국의 '당연한 승리'가 예상됐다.
지난 22일 조별예선 1차전에서 태국에 15-0으로 5회 콜드게임승을 거둔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일본과 함께 '난적'으로 꼽혔던 대만에 10-0으로 8회 콜드게임승을 챙겼다. 25일에는 홍콩에 12-0으로 이겼다.
대만을 제외한 조별예선 경기에서 한국은 컨디션 조율에 주력했다. 준결승과 결승을 대비해 선수들이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준비했다.
한국 타선은 분위기가 좋다. 상대 투수가 워낙 약하기도 했지만 3경기에서 한국 타선은 팀 타율 0.404를 기록, 좋은 타격 컨디션을 과시했다.
류 감독은 조별예선 3경기에서 투수들이 모두 한 차례씩 등판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3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국 투수진 11명은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20이닝을 던지면서 맞은 안타는 10개 뿐이다.
막강한 모습을 자랑하며 준결승에 오른 한국은 27일 오후 6시30분 문학구장에서 중국과 준결승을 치른다. 여기서 승리하면 바로 다음날인 28일 같은 장소에서 대만-일본의 준결승 승자와 결승에서 격돌한다.
준결승에서 만나는 중국은 일단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보다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다지 까다로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중국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야구에 투자를 하다가 줄였다. 그래서 전력이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국제대회에서 중국에 힘겹게 이긴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중국을 한 수 아래로 봤다가 큰 코를 다칠 뻔 했다. 당시 한국은 중국과의 조별예선에서 0-0으로 팽팽히 맞선 채 연장에 돌입했고, 승부치기까지 간 끝에 1-0으로 진땀승을 거뒀다.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김현수는 "국제대회에서 중국을 쉽게 이긴 적이 없다. 중국이 자잘한 실수도 줄었고, 전반적으로 실력이 향상됐다"며 경계했다.
한국은 이재학을 선발로 내세워 중국을 상대한다.
이를 통과하면 또다시 대만 또는 일본을 상대해야 한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대만과 일본 모두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상대다.
조별예선에서 대만에 완승을 거두면서 한국은 대만에 대한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당시 경기에서 한국 타자들은 전관위를 상대로 한 점도 뽑지 못하며 고전했다. 로자런도 시속 150㎞가 넘는 직구를 뿌리며 구위를 자랑했다.
한국은 대만대표팀에 속한 마이너리그 투수 가운데 후즈웨이와 장사오징은 아직 상대해보지 못했다. 마이너리그에서 뛴다면 그만큼 가능성을 인정받는 선수들이어서 쉽게 볼 상대가 아니다.
사회인야구 선수들로 이뤄진 일본대표팀은 리그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한국에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지만 무시할 수 없다.
일본 사회인야구는 상당히 수준이 높다. 다자와 준이치처럼 일본 사회인야구에서 뛰다가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사례도 있다.
젊은 선수들이 포진한 일본은 조직력이 좋고 장타력을 갖춘 선수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상대가 대만이든, 일본이든 한국의 결승전 선발로 예정된 김광현이 제 기량만 발휘해준다면 승리가 크게 어렵지는 않을 전망이다. 김광현은 지난 22일 태국과의 조별예선 1차전에서 나쁘지 않은 구위를 선보였다.
준결승과 결승에서 한국의 가장 큰 적은 '자기자신'이라고 볼 수 있다. 야구는 오늘 20-0으로 이기고도 내일 0-10으로 질 수 있는 스포츠다. 한국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도 방심했다가 동메달에 머무는 '참사'를 겪었다.
자만을 경계하고 단판승부에 대한 부담감도 이겨내야만 무난하게 금메달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수는 "단판에 승부가 결정되는 만큼 선수들이 꼭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게 된다"며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 선수들에게 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류 감독은 "단기전에서는 5전 전승을 해야 한다. 현재까지 시나리오는 잘 흘러가고 있다"며 "중국도 만만치 않은 팀인 만큼 자만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류 감독은 빈틈없이 준결승, 결승을 대비하고 있다. 조별예선이 있었던 덕에 전력분석을 해놓은 대만 뿐만 아니라 일본에 대한 전력분석도 하고 있다. 휴식일인 26일 투수들이 일본 선수들의 영상을 살펴봤고 타자들도 경기 당일 상대 투수들에 대한 전력분석을 실시한다.
3전 전승을 거둔 한국은 팀 분위기도 무척 좋다. 비슷한 나이대의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만큼 서로 허물없이 지내고 있다는 것이 선수들의 전언이다.
"우리 팀 선수들이 다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뛴다. 동료들이 먼저"라는 민병헌의 말에서 그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김현수도 "선수들이 다같이 젊어서 더 가까운 것 같다. 아무래도 고참 선배들이 있으면 다소 어려워하는 분위기도 있는데 모두 젊어서 친하게 지낸다"고 전했다.
류 감독도 "금메달을 따겠다는 선수들의 의지가 강력하다. 움직임이 아주 좋다"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