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55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는 슈틸리케호가 멜버른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뒤로 한 채 4강 결전지인 시드니에 입성했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3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오전 9시) 시드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대표팀이 이용한 콴타스 QF426편 항공기는 바퀴가 접히지 않는 기체 결함으로 인해 이륙 후 40분 만에 다시 멜버른 툴라마린 공항으로 회항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이륙 후 40분 정도 지난 뒤에 바퀴가 접히지 않아 회항한다는 기내 방송이 나왔다"면서 "다시 멜버른에 도착해 10여 분간 기내에 대기하고 있다가 비행기를 갈아타라는 기장의 안내 방송에 따라 선수단 모두가 비행기에서 내렸다"고 설명했다.
불행중 다행으로 대표팀은 항공사의 빠른 대체 편성으로 1시간 여의 기다림 끝에 이날 오후 2시께 시드니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체적인 일정은 당초 계획보다 2시간 여 늦어진 셈이다.
곽태휘(34·알 힐랄)는 "영화를 보고 있어서 정확한 상황을 몰랐다"며 "비행기가 낮게 날아서 이상하다는 정도만 생각했다"면서 "우리에게 좋은 일이 오려고 자꾸 해프닝이 생기는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박주호(28·마인츠)는 "좋은 일이 있으려고 큰일 작은 일들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선수단 모두 웬만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분위기들이다. 피곤은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비행기가 대체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전날 열린 8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2-0으로 물리친 대표팀은 시드니에 입성한 이날부터 곧바로 본격적인 4강전 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표팀은 숙소인 시드니 샹그리라 호텔에 여장을 푼 뒤 한 차례 훈련을 벌일 예정이었지만 당초 예상보다 2시간 넘게 시드니에 도착한 것을 고려해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날 선발로 나섰던 11명을 제외한 10명을 훈련에 참가시켜 컨디션을 유지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일정이 지연되자 훈련을 취소했다.
전날 전·후반 90분에 연장 전·후반 30분까지 총 120분 간의 혈투를 벌인 선수들은 우즈베키스탄전 직후 경기장에서 간단한 회복훈련을 한 것으로 대체했다.
8강 팀 중에서 가장 먼저 4강행을 확정지은 한국은 오는 26일 오후 6시 시드니의 호주 스타디움에서 결승행 티켓 확보에 도전한다. 23일 예정된 이란-이라크의 8강전 승자가 한국의 4강 상대가 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남은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있지만 정신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즐기라고 요구하고 싶다"며 선수들을 향해 파이팅을 주문했다.
한편 슈틸리케 감독과 신태용(45) 코치는 한국의 4강 상대를 가리는 이란-이라크의 8강전을 관전하기 위해 시드니 도착 후 곧바로 캔버라로 넘어갔다.
이용수(56) 축구협회 기술위원장과 장외룡(56)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8시30분 시드니의 호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일본과 아랍에미리트(UAE)의 8강전을 관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