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55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의 마지막 상대는 개최국 호주다.
호주는 27일 오후 6시(한국시간) 호주 뉴캐슬의 뉴캐슬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의 대회 준결승에서 세인스버리와 제이슨 데이비슨의 연속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과 호주는 이미 A조 조별리그에서 한 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일찌감치 2승으로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한 두 팀은 지난 17일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만났다. 한국이 1-0으로 이겼다.
한국과 호주의 결승 대진이 확정되면서 두 팀의 맏형 차두리(35·서울)와 팀 케이힐(36·뉴욕 레드불스)의 자존심 대결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차두리는 수비수, 케이힐은 공격수여서 대결 구도는 더욱 흥미롭다.
30대 중반의 적잖은 나이이지만 두 선수가 차지하는 팀 내 비중이 대단하다. 그라운드에서는 물론이고 정신적 지주로서 후배들을 잘 이끌고 있다. 팔에 문신이 잔뜩 있는 것까지 닮았다.
차두리는 오른쪽 풀백으로 노련한 수비와 폭발적인 오버래핑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현역 은퇴까지 고민했던 선수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지난 13일 쿠웨이트와의 조별리그 2차전, 22일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각각 1도움씩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서 2도움을 기록 중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통해 이름을 알린 차두리는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62) 전 감독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녔다.
그러나 A매치 74경기(4골) 출전에서 엿볼 수 있듯이 오랫동안 한국 축구의 한 축에 섰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할 게 유력한 차두리는 부친도 이루지 못했던 아시안컵 정상을 눈앞에 뒀다.
케이힐은 호주 축구의 상징이다. A매치 81경기에서 39골을 터뜨린 특급 공격수다.
이번 대회에서도 중요한 순간에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호주는 당초 A조 1위를 노렸지만 한국에 발목이 잡히면서 A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다.
상대는 조별리그에서 전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탄 중국이었다.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그러나 호주는 케이힐의 멀티골을 앞세워 2-0으로 손쉽게 중국을 따돌렸다.
케이힐은 환상적인 오버헤드킥과 감각적인 헤딩슛으로 중국의 골네트를 갈랐다. 쿠웨이트와의 개막전에서도 골맛을 봐 이번 대회에서 3골을 기록 중이다.
특유의 권투 세러모니로 유명한 케이힐은 8만여 관중들을 열광케 할 능력까지 가졌다. 분위기를 들었다놨다할 수 있는 선수다.
케이힐은 이날 선발로 출전해 후반 22분까지 67분을 소화했다. 결승전을 대비한 장면이다. 득점부문 1위가 4골에 머물러 있어 케이힐은 결승 결과에 따라 득점왕 등극도 노릴 수 있다.
손흥민(23)과 로비 크루스(26·이상 레버쿠젠)의 소속팀 동료들의 맞대결도 눈길을 끈다.
소속팀 레버쿠젠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한국과 호주가 결승에서 만나면 우리 팀의 손흥민과 크루스가 조별리그에 이어 다시 한 번 맞대결을 펼칠 것이다"며 은근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나란히 미드필더로 활약 중인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마일 예디낙(31·크리스탈 팰리스)의 주장 맞대결도 볼거리다.
한국과 호주의 결승은 오는 31일 오후 6시 시드니의 호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