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새롭게 올림픽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45) 신임 감독이 이광종(51) 전 감독을 위해서라도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취임일성을 밝혔다.
신 감독은 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2층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소감을 전했다.
그동안 국가대표팀 코치로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을 보좌해 온 신 감독은 이광종 전 감독이 급성백혈병으로 물러나면서 올림픽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다.
지난 7일 태국에서 끝난 킹스컵을 직접 관람한 뒤 이날 오전 귀국한 신 감독은 "갑작스럽게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맡게 돼 얼떨떨하다"고 운을 뗐다.
신 감독은 "우리가 좋은 성적을 내야만 이광종 감독님이 맘 편히 병마와 싸우실 것 같다. 앞으로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현역 시절 스타 플레이어로 명성을 떨쳤던 신 감독은 2008년 성남일화(현 성남FC) 사령탑에 올라 이듬해 K리그 준우승, 201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2011년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 등으로 지도력을 입증했다. 연령별 대표팀 수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면과제는 내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올림픽 출전권 확보다. 신 감독은 "아마도 8개 팀 정도가 3장의 티켓을 놓고 격돌할 것"이라면서 "2012년 동메달을 딴 팀이 본선에 나서지 못하면 팬들이 실망한 것이다. 꼭 본선에 진출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신 감독은 오는 3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2 예선전을 통해 데뷔전을 치른다.
◇다음은 신태용 감독과의 일문일답
- 올림픽대표팀 사령탑 취임 소감은.
"갑작스럽게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맡게 돼 얼떨떨하다. 그렇지만 앞으로 열심히 할 생각이다. 이광종 감독님이 빨리 쾌차했으면 좋겠다. 이광종 감독님은 지도자 시작 후 20년 가까이 유소년들을 키우셨는데 나보다 훨씬 더 많은 능력을 갖고 계신다. 이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도 이광종 감독님이 맡아서 좋은 결실을 맺었어야 하는데 안 좋은 일이 생겨 축구 후배로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나에게 상당히 무거운 짐이다. 축구팬들도 기대하겠지만 우리가 좋은 성적을 내야만 이광종 감독님이 맘 편히 병마와 싸우실 것 같다. 앞으로 열심히 준비하겠다."
- 지금이 아닌 나중에도 기회가 있을텐데 감독직을 수락한 배경은.
"올림픽팀에 대해서는 1%도 생각하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이 오신 뒤 내 역할은 (감독을) 잘 보좌해서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었다. 아시안컵 결승전이 끝나고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처음으로 (이광종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그러면서 올림픽팀이 상당히 안 좋은 상황에 처했는데 맡아줄 수 있느냐고 고민을 해보라고 하셨다. 비행기를 타고 오는 내내 고민했다. 편안한 길을 갈 수도 있겠지만 축구 선배님들이 원한다고 생각하면 나 또한 (맡는 것이)운명이라고 생각했다."
- 어떤 점에 중점을 둘 것인가. A대표팀과의 연계성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사실 올림픽팀 선수들을 잘 모른다. 선수들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바로 태국으로 가서 선수들을 봤다. A대표팀 코치로 있다보니 슈틸리케 감독님이 어떤 흐름으로 가져갈 지는 조금 알고 있다. 올림픽팀에 필요로 한 부분이 있다면 감독님께 건의하고 (슈틸리케 감독이) 올림픽팀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도와드리겠다. 그래야만 한국 축구가 한 단계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선수단 분위기가 아무래도 어수선할텐데.
"이번에 (킹스컵에 가서) 느낀 점은 선수들이 착하다는 것이다. 경기 끝나고 관중에게 가서 큰 절을 하고 태국 관중에 인사하는 모습과 우승 트로피를 놔두고 절을 하며 이광종 감독님께 드린다고 하는 것을 보고 참 착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경기장에서는 더 강한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선수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성적을 내야만 이광종 감독님도 힘들지 않게 이겨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3월달에 소집했을 때는 지금보다 더 즐기면서 하는 축구를 하겠다. 우리나라 축구에서 가장 부족한 창의력을 선보이겠다. 선수들에게는 서로가 즐기면서 집중할 수 있는 부분을 이야기했다. 3월달에 첫 소집하면 예전보다 화기애애한 모습을 만들어 갈 생각이다."
- 올림픽까지 남은 기간 준비는.
"이광종 감독님이 기본 계획서를 다 짜놨다. 태국에서 코칭스태프와의 회의를 통해 어느 정도 인지를 했다. 3월 달에 있을 1차 예선이 가장 중요하다. 이기고 나면 2016년 1월에 최종예선이 열리니 조금 시간적 여유가 있다. 중간중간 소집과 초청경기, 때로는 합숙훈련 등을 통해 색깔을 입히는 것을 해야지 않을까 생각한다."
- 직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 부담이 될 것 같은데.
"런던올림픽 때 홍명보 감독이 동메달을 땄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처음인 것 같다. 쉽지 않은 성과를 냈다.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다음 올림픽팀 감독을 맡게 되면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될 줄은 몰랐다. 8강, 동메달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일단 본선 진출을 위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 예전보다 진출하는 것이 조금은 힘들기 때문에 1차 관문을 잘 통과하고 최종 예선을 고민하겠다. 아직 본선에서의 메달 색깔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 올림픽대표팀을 '골짜기 세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직접 본 소감은.
"(태국에서는)안에서 가르치지 않고 밖에서 맴돌다시피 했다. 심리적인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극도로 자세를 낮추고 다가가지 않았다. 강한 개성을 갖고 하는 선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소속팀과 올림픽팀이 연계돼야 하겠지만 장점을 극대화시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자기가 갖고 있는 장점을 기죽지 않고 운동장에서 발휘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갖고 있는 색깔을 입힐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강한 느낌을 주는 선수가 눈에 안 띄어서 그런 부분을 만들어 가야 할 것 같다."
- 선수 선발 계획은.
"내년 최종예선은 아직 생각하지 않는다. 1차 예선을 할 때 코치들로부터 30~35명 정도 보고를 받고 직접 눈으로 확인한 뒤 최종 명단을 발표할 것이다. 많이 돌아다니면서 선수를 봐야 하는데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는 없다. 대학선수권에서 조금 보고 기존 코치와 이광종 감독이 갖고 있던 리스트를 통해 될 수 있는 한 많은 선수를 소집, 이중에서 최종 선발할 생각이다."
- 신태용이 생각하는 올림픽팀 축구를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신태용 축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즐겁고, 재미있게, 이기는 축구가 최고인 것 같다. 선수들과 소통을 많이 하면서 운동장에서 화합하고 개개인의 희생정신을 끄집어내 이기는 축구를 하겠다."
-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하면서 느낀 인상적인 부분은.
"슈틸리케 감독님은 다들 아시겠지만 귀를 많이 열고 코치,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한다. 그러면서 무엇이 합당한 것인지 판단한다. 그런 면이 보기 좋았다."
- 코치진 구성 계획은.
"일단 기존 코치진 그대로 간다. 이광종 감독님이 안 좋은 일로 나가셨는데 내가 와서 다시 하는 것보다는 지금 있는 코치진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한다. 같이 만드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 올림픽 사령탑으로 가니 슈틸리케 감독은 뭐라고 하던가.
"사실 슈틸리케 감독님께는 보고를 못 했다.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위원장님께 '한 번 해보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헤어진 뒤 태국을 다녀오라고 해서 슈틸리케 감독님께는 보고를 못 했다. 다음날 전화 통화만 나눴다. '축하한다. 네가 좋은 일이 있었으니 갔다 와서 저녁을 사라. 아시안컵에서도 좋았고 네가 영전했으니 저녁을 먹으면서 와인을 한 잔 하자'고 이야기하셨다."
- 올림픽 진출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내년 1월 올림픽 최종예선이 예정보다 훨씬 힘들어졌다. 손꼽아보니 8개 팀이 3장을 놓고 다툴 것 같다. 그렇지만 나 또한 토너먼트 경력을 갖고 있고 아시안컵 경험이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다. 우승을 한다, 못한다는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3위에 들어 올림픽에는 꼭 나가야 한다. 2012년에 동메달을 땄는데 본선도 못 나가면 축구팬들에게 실망을 줄 것 같다. 꼭 본선을 나가도록 하겠다."
- 프로와는 팀 운영이 조금 다를텐데.
"젊은 친구들이 하고자 하는 의욕이나 모습은 보기 좋았다. 힘든 상황에서 1분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줘서 나도 자신감을 얻었다. 훈련과 경기를 보니 조금만 더 입히면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했다. 수비수인 송주훈과 우주성, 연제민의 경우 신체적인 조건과 파워풀한 모습이 좋았다. 골을 먹지 않으면서 2~3골을 넣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
- 성남 감독 시절처럼 세러머니 공약 계획이나 '신공'같은 단어는 준비한 것이 없나.
"그때는 철없을 때 했던 행동이다. 나도 이제 구력이 붙었다. 이제는 당하지 않는다(웃음). 특별한 이벤트는 없을 것이다. 동메달 이상을 따면 깜짝쇼를 할 수도 있지만 그 전에는 없을 것이다. 3월초 선수들 을 소집해 훈련하면서 차츰차츰 준비하겠다. 그러면서 좋은 경기를 하면 언론에서 (좋은 별명을)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 스스로 생각하는 '지도자 신태용'의 강점은 무엇인가. 8개국이 경쟁한다는데 어떤 나라인가.
"'팔푼이'라고 해야 하나. 요즘 코치를 하면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기 위해 먼저 다가가 선수들 눈높이보다 낮게 행동했다. 이제는 감독이니 위엄을 갖고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줘야 할 것 같다. 물론 강한 카리스마는 선수들을 휘어잡는 것이 아니다. 요소요소 핵심을 주면서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8개국은 한국, 일본, 중국, 북한에 우즈베키스탄이 복병이다. 우즈베키스탄은 킹스컵에서 태국 A대표팀을 거의 농락했다. 우리 선수들이 힘들어 한 중동의 이라크와 UAE, 이란 등 총 8개팀 정도가 우리와 힘들게 싸우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기에 홈팀 카타르도 텃세를 발휘하면 쉽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