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동갑내기 친구 오승환(32·한신 타이거즈)과 이대호(32·소프트뱅크 호크스)는 모두 지난해 일본프로야구에서 최고의 순간을 경험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엔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올해야 말로 자신들도 인정하는 성적을 내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사실 야구선수에게 지금 시기가 매우 중요한 때이다. 1년 농사의 성패를 결정 지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다듬을 수 있는 시기가 지금이다. 그 중요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오승환과 이대호도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오승환은 지난해 엄청난 경험을 했다. 데뷔 첫 시즌 일본프로야구의 정밀한 야구에 고전할 지도 모른다는 견해와 달리, 첫해부터 승승장구했다. 무려 39세이브(2승4패 평균자책점 1.76)를 올려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등극했다. 한국프로야구 출신 투수가 일본에서 개인 타이틀을 차지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비록 소프트뱅크와의 일본시리즈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포스트시즌 내내 보여준 오승환의 투지는 이미 일본을 제패하고도 남았다. 데뷔 첫해 클라이맥스 시리즈 MVP도 오승환이 남긴 성과 중 하나다.
그러나 오승환은 자신의 성적에 만족하지 못했다. 바로 6차례의 블론세이브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철옹성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9회 2사 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갑작스런 제구력 난조에 빠지기도 했다.
이에 올해 완변한 마무리의 모습으로 '난공불락'의 명성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세웠다. 2년 연속 구원왕 타이틀과 함께 0점대 평균자책점, '제로'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세부적인 복안도 갖고 있다. 수 년간 연투에 대한 피로감과 장기 레이스를 감안해 슬로우 스타트를 선언했다. 실전 투구를 하지 않은 채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3월 10일경 시범경기를 통해 첫 실전 게임을 치른다는 것이다.
오승환은 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는 데뷔 시즌이라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실전을 일찍 시작했다"고 설명한 후 "현재 몸상태와 컨디션이 매우 좋다. 밸런스도 좋다"고 순조롭게 시즌에 임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개막전에 맞춰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겠다는 계산이다.
일단 불펜 피칭을 통해 구위를 점검하고 있다. 우선 구속보다 공의 무브먼트와 제구력을 가다듬고 있다. 포수와의 대화를 통해 작은 것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올해 한신의 오키나와 캠프 임시 코치를 맡은 레전드 투수 에나쓰 유타카에게 자신의 장단점을 들으며 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해 일본시리즈 우승이라는 기쁨을 만끽했다. 한국의 롯데 자이언츠 시절을 포함해도 프로에 온 후 첫 우승이었다. 서른이 넘어서야 우승을 했으니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대호 역시 개인 성적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소프트뱅크 부동의 4번타자로 전경기에 출전해 3할 타율을 기록했다. 일본 진출 후 최다인 170안타를 쳤지만, 홈런(19홈런)과 타점(68타점)이 부족했다. 내심 30홈런-100타점을 노렸던 이대호였기에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타점에 대한 아쉬움은 잘 지워지지 않았다. 4번타자 이대호를 뒤에 두고 있는 3번타자 우치카와 세이치가 많은 타점을 가져갔다는 견해도 있지만, 득점권타율 0.244는 이대호의 자존심이 구겨질 수밖에 없는 결과물이다.
이에 이대호는 올해 4번타자로서 많은 타점을 올린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3할 타율에 100타점이 이대호의 새로운 목표다라고 밝혔다. 아마 홈런수도 지난해보다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소프트뱅크의 홈구장 펜스가 낮아져 덕을 볼 수도 있다.
이런 와중에 이대호의 타순 변경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대호의 결정력에 문제를 제기하며 4번타자 교체를 언급하는 기사가 일본에서 나왔다. 물론 확정은 아니지만, 지난해 더 많은 타점을 올린 우치카와(74타점)와 야나기타 유키(70타점)를 거론했다. 이대호에게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이대호는 이러한 소식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자신의 페이스대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보다 10㎏ 이상 가벼워진 몸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고, 새 사령탑 구도 기미야스 감독의 훈련을 적극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올해 자신의 힘으로 팀을 우승시키겠다는 각오를 새기면서 담금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오승환과 이대호는 실력으로 일본프로야구에서 최고 수준의 선수로 이름을 격상시켰다. 한 단계 더 도약한 오승환과 이대호의 활약상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