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0부(이재홍 수석 부장판사)는 비자금을 조성해 수백억원의 회사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현대·기아차 그룹으로서는 2006년 3월26일 현대차 본사의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1년 6개월여의 기나긴 터널을 빠져나온 순간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날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국가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함은 물론 투명한 기업경영과 사회공헌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냈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이 이번 문제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개선안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계열사와 주주들의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번과 같은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한 내부시스템 강화와 함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족쇄가 풀어진 정몽구 회장이 해야 할 일은 산적하다. 특히 그동안 실추된 기업이미지의 대외신뢰도 회복은 향후 현대·기아차 그룹의 흥망과도 직결되고 있어 정 회장의 우선적 과제인 것만은 확실하다. 정 회장도 이를 의식해 지난 7월 해외지역 본부장들에게 “글로벌 경영이 최대 고비에 있는 만 큼 체질 강화를 통해 해외시장 개척에 전사적인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기아차가 중장기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해외시장에 대한 생산 및 판매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만큼 당연한 것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 회장은 2007년 사업계획으로 완성차 판매 427만5천대(전년대비 13.6% 증가), 자동차부문 매출 64조를 포함해 그룹 총 매출액 106조(전년대비 14% 증가) 등을 수립했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씨드의 생산으로 전세계 주요 시장에 생산거점을 갖추게 됐고 현대 체코 공장, 기아 미국 조지아 공장, 현대와 기아의 중국 제2공장, 현대의 인도 제2공장 기공 등 글로벌화의 속도를 한단계 높인 글로벌 경영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글로벌 경영 재시동
현대·기아차는 미국 유럽 인도 중국 등 주요 전략 시장별로 5개의 현지 공장을 추가로 건설해 국내를 포함 전세계 27개의 생산거점이 운영됨에 따라 전세계 고객들이 만족하는 품질 수준과 판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글로벌 경영 체제를 갖추는 것에 노력해 왔다.
정 회장이 이처럼 글로벌 경영체제 구축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2006년 JD 파워사가 발표한 신차품질조사(ISQ)에서 전세계 37개 브랜드 중 고급 브랜드인 포르쉐, 렉서스를 제외한 일반 브랜드에서는 현대·기아차가 도요차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데서 원인이 있다. 정 회장이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경영체제 구축으로 인해 고객중심의 품질향상 노력과 브랜드가치 대폭 상승 등 세계 소비자들의 현대·기아차의 품질 수준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의 경영공백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정 회장이 글로벌 경영에 대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면 그동안 실추된 대외신인도 회복 등은 시간 문제일 뿐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상형 출자 일부 해소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경영체제 구축과 함께 사회공헌 등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지배구조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의견이 경제계에서는 지배적이다. 시민단체는 이번 사건과 관련 현대·기아차 그룹의 기본적인 지배구조문제점으로 △독립적인 경영체제를 갖지 않아 정 회장의 결정에 의해 주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며 또한 이를 막을 만한 내부통제시스템도 없다는 것이다. 또 △지배주주일가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우량 계열사가 부실 계열사를 지원했으며 △분식회계로 마련된 비자금으로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 구태의연한 정경유착 △경영권 승계를 위한 주주 이익 무시한 불법적인 거래를 지적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이에대해 “올 초 정기주총에서 정관을 개정해 계열사간 내부거래 문제를 다룰 윤리위원회를 신설하고 사외이사 수를 늘렸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다 현대캐피탈이 ’06년 9월과 ‘07년 1월 현대제철과 기아자동차의 주식을 처분한데 이어 올 5월에는 현대캐피탈이 현대모비스 지분까지 처분함으로써 일부 환상형 출자가 해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SK그룹 등 총수일가의 형사문제를 겪었던 여타 그룹들이 비교적 신속하게 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하고 실행에 옮긴것에 비해 현대·기아차그룹의 움직임에 대해 과연 지배구조 개선의 의지가 있는지에 의문을 사고 있다. 이와함께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 11개 그룹에서는 총수일가의 평균 3.45% 지분으로 전 계열사를 장악하고 있어 지배구조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2006년 4월19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사회공헌 방안과 지배구조개선안을 밝힌 바 있으나 2심 공판이 끝난 지금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집중투표제 도입’과 ‘사외이사 확대와 자격 요건 강화’ 등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공헌위원회 사무실 마련
현대·기아차그룹은 지배구조개선과 함께 글로비스 본텍 등을 통한 부당이득을 회사에 반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자동차 그룹 계열사들이 부당 내부거래를 통한 글로비스에 물량몰아주기(부당지원행위) 등에 불공정거래행위로 판명한 것도 연관돼 있어 향후 현대차그룹의 대응에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현대·기아차그룹은 2001년 2월 50억원의 자본금으로 글로비스를 설립하면서 그 지분을 모두 정몽구 회장 부자가 취득했을 뿐 아니라 향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계열사를 동원하는 등 부당 내부자거래로 인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6백31억원을 부과 받는 등 계열사와 관련 회사의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현대·기아차그룹은 본텍 화의채권 거래를 비롯해 유상증자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 부자가 지분 대부분을 실질적으로 취득하게 함으로써 기존 주주였던 기아자동차 등에게 지분 상실 등으로 인한 재산상의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시민단체는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정몽구 회장 부자 소유의 1조원 상당의 글로비스 주식의 사회 환원’을 밝힌 것과 관련, 공익재단 출연 등의 편법으로 이 문제를 우회하려 하는 것은 오히려 향후 문제만 더욱 야기시킬 뿐 이라고 주장했다.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공판 과정에서 약속한 사회공헌기금 출연 약속을 성실히 이행키 위해 서울 종로구 계동 사회공헌위원회 사무실을 마련하고 위원회 인선작업을 벌이고 있다”며“위원회 구성이 끝나면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확정한 뒤 11월까지 장·단기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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