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환자가 잇따라 나와 지역사회로의 전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단순 외래 환자가 메르스에 감염되는 한편, 5명은 아직까지 확진자와의 연결 고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확진자와의 직간접적인 노출이 없다는 점에서 병원 내 공기 전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당국은 여전히 이에 대한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메르스 확진자가 14명 추가돼 전체 환자가 총 122명으로 늘었다고 11일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에서 8명이 감염됐고 다른 1명은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나머지 5명은 감염경로가 불명확해 역학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삼성서울병원발 2차 유행의 잔불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1명은 바이러스가 노출됐을 것으로 당국이 판단했던 공간 밖에서 발생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환자는 지금까지 모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와의 접촉으로 감염된 사례였다. 하지만 115번째 환자(77·여)는 지난달 27일 응급실이 아닌 정형외과 외래 진료를 본 후 감염됐다. CCTV를 통해 응급실 구역 앞 화장실을 간 것까지 확인됐지만, 감염원인 14번 환자와의 접촉 경로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 병원의 다른 감염자에게서 전파된 4차 감염, 또는 의료기관 내에서의 공기 전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역학조사가 진행 중인 5명의 환자도 감염 경로가 불분명하다. 그나마 경기 평택경찰서의 A 경사(35·119번째 확진) 등 2명은 당국의 관리망 안에 있었지만 3명은 격리 대상은커녕 접촉자 분류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물론 당국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접촉자일 수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 확진자와 접점이 없는 불특정 감염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산발적이지만 지역사회로의 전파가 시작됐다는 의미로, 환자와 접촉한 의심자를 걸러 내 격리하는 현 방역체계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일각에서는 병원 내에서 발생하는 공기 전파의 한 형태인 에어로졸에 주목한다. 지름이 1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이하인 연무질로, 지름 5μm의 물방울을 의미하는 비말보다 훨씬 작아 비말이 옮기는 2m보다는 더 멀리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접촉하지 않은 감염자들이 다수 발생하며 이러한 가설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병원에선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장착하거나 기도삽관, 기관지 내시경을 했을 때 연무질이 생겨난다.
다만 바이러스가 여기저기 떠다니며 감염시키는 공기전파와는 달리 거리는 제한적이어서 병원 밖으로 퍼지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민관대책반은 공기 전파 가능성을 일축하며 앞으로 삼성서울병원과 같은 대규모 감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만약 공기감염이라면 가족 간의 전파가 먼저 이뤄져야 하고 광범위하게 바이러스가 전파되면서 더 많은 환자가 발병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중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 간 전파과정에서 환자의 확산이 생각보다 굉장히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공기 전파 가능성에 대한 지속적인 의구심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전파 경로가 조금 불분명한 분들이 한두 분 생겨났는데 이게 실제 직접접촉에 의한 전파경로가 분명하게 판단이 안됐을 뿐이지, 공기전파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삼성서울병원에는 8000명이 넘는 환자가 내원하는데 공기전파라면 이 중 5%만 해도 400명의 환자가 벌써 발생해야 한다. 또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 간 전파가 대부분 이뤄져야 하지만 국외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5%에서 10% 이내로만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밀접한 접촉에 의한 비말 전파나 직접 바이러스를 손이나 어떤 다른 물체를 통해서 전파되는 양상이 아니라면 이정도 전파를 내기는 어렵다”며 “공기전파의 가능성은 여전히 굉장히 낮거나 없다”고 강조했다.
에어로졸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부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지만 슈퍼 전파자인 1번과 14번, 16번 모두 에어로졸을 일으킬 기관삽관은 격리 병상으로 옮겨 치료를 받던 중 시행했다”며 “기도삽관을 받을 정도로 폐렴 상태가 중한 상태에서 자유롭게 병원을 이동한 것이 환자가 발생한 이유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