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국무총리와 국가안보실장, 대통령비서실장 등 51개 중앙행정기관 수장들이 업무추진비를 쓴 장소와 시간, 대상 등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유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정부 3.0'의 취지와 동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51개 중앙행정기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된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 등을 살펴본 결과 이들 대부분 기관은 업무추진비를 쓴 장소와 일자, 시간, 사용 대상과 인원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51개 기관 가운데 업무추진비 사용 장소와 일자, 시간, 금액, 카드 사용 여부 등을 공개한 기관은 행정자치부가 유일하다.
하지만 행정자치부 역시 다른 대부분의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업무추진비를 집행하면서 몇 명을 대상으로 돈을 썼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미래창조과학부의 경우 업무추진비 집행 일자와 카드 사용 여부, 금액은 공개했지만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 대상 인원은 밝히지 않았다.
경찰청은 돈을 쓴 장소와 일자, 카드 사용 여부, 금액은 밝혔지만 시간과 대상 인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장소, 일자, 카드 사용 여부, 금액 뿐만 아니라 참석 인원까지 명시했지만 시간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기관들은 업무추진비를 쓰게 된 목적과 장소, 일자, 시간, 카드 사용 여부, 대상, 인원 등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국무총리와 감사원장, 국가안보실장, 대통령비서실장 등은 공개 내역이 더욱 부실했다. 이들은 일 년에 두 차례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공개하는데 그쳤다. 다른 기관들이 매월이나 분기마다 내역을 공개하는 것에 비해 공개주기가 긴 편이다.
공개 정보 역시 구체적이지 않았다.
감사원장의 경우 올 해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동안 업무추진비로 2182만원을 썼는데 주요 현안 관련 간담회 명목으로 31차례에 걸쳐 1203만원을, 유관기관 업무협의 명목으로 2차례에 걸쳐 158만원 등을 사용했다고 공개했다.
국무총리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업무추진비로 4억8137만원을 사용했는데 정책조정 및 현안대책 회의 명목으로 2억321만원을, 민생 현장 방문 및 위로격려 명목으로 1억5065만원 등을 썼다는 식으로 공개했을 뿐이다. 총 몇 차례의 회의나 현장 방문이 있었는지, 각 행사마다 돈을 얼마나 썼는지 등은 알 수 없었다.
시민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공공기관의 업무추진비는 '쌈짓돈'이라는 인식이 있다"며 "공공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사적인 일에 쓰거나 꼼수를 부려가며 집행하는 경우가 자주 발견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 기관마다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공개하는 기준이 모두 다르다"며 "구체적이고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