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가족 김장 비용 올해 28만원
일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간편한 포장 김치를 선호하는 경향도 많아졌다. 직장일과 집안일을 병행해야 하는 취업주부들 입장에선, 노동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경제적으로도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김장을 할 여유가 없다. 맛과 품질관리가 철저한 것도 국내 포장 김치 선호도가 높아진 이유 중 하나다. 직장인 최선경 씨(33세· 결혼 3년차)는 “직장과 육아, 가사까지 부담하는데 김장까지 한다면 끔찍한 일이다. 요즘은 집에서 담근 김치보다 더 맛있게 나온 포장 김치가 많아서 홈쇼핑 등에서 주문해 먹거나, 친정이나 시댁에서 가져다 먹는다”고 말한다.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 한번 담그기에 번거로운 김치를 사서 먹는 것이 효율적인 이유도 있다. 총각김치, 배추김치, 깍두기, 감김치 등 입맛에 맞는 김치를 조금씩 모은 김치 세트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최근엔 김수미 홍진경 이경실 등 연예인표 김치가 대거 나오면서 김치 시장이 전쟁이다. 이들 김치 브랜드는 홈쇼핑과 인터넷몰 등을 통해 젊은 주부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요즘같이 김장이 비쌀 때는 물량이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CJ홈쇼핑은 가장 높은 판매율을 보이고 있는 ‘홍진경의 더김치’의 경우 “물량이 부족해서 방송 편성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김장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비용’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김장비용을 4인 가족 기준 28만 원선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21만원)보다 30% 정도 늘어난 셈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사먹는 김치가 김장 김치보다 더 쌀까? 가정에서 직접 김장을 할 경우 주재료인 무와 배추값에 고춧가루와 마늘 등 양념재료가 추가된다. 농협 하나로클럽(10월 23일 기준)에 따르면 배추 20포기를 기준으로 했을 때 올해 김장비용은 16만 7천760원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13만 1천640원에 비해 3만 6천120원(27%)이 더 든다는 얘기다.
김장비용의 상승은 배추와 무의 가격이 크게 오른 탓이다. 올해는 때늦은 태풍과 잦은 가을비로 배추와 무 등의 채소류의 작황이 나빠진데다, 경작면적도 지난해 비해 11%나 감소해 값이 크게 올랐다.
김치시장은 전쟁 중... ‘반김장’ 절임배추도 인기
지난해 배추는 포기당 1천100원에 불과했으나 현재(10월 22일 기준)는 포기당 3천50원으로 세 배 가까이 올랐다. 배추 한포기에 7천원에 달했던 적도 있었다. 무도 지난해 개당 1천550원이었던 것이 올해 2천750원으로, 대파 한 단에 1천150원에서 2천100원으로 크게 올랐다.
농협 하나로클럽 김준기 채소파트장은 “김장배추로 주로 쓰이는 전라도와 충청도 지역 배추의 파종이 늦어진 데다 김장철에는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김장비용이 30∼50% 정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김장철에 눈이 온다거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면 배추값은 더 폭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김장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김치를 담그는 대신 포장 김치나 즉석김치 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늘었다. 포장 김치의 경우 업계 경쟁으로 끼워 팔기나 1+1행사 등으로 가격이 크게 다운됐다. GS이숍에서 판매되고 있는 포장김치 10kg을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상표별 가격은 ‘한복선’ 2만6천320원, ‘김수미 더맛 김치’ 3만 9천900원, ‘홍진경 더김치’ 4만 9천원, ‘종가집’ 4만 1천700원, ‘하선정 김치’ 3만 3천920원, ‘한성김치’ 3만 4천900원 등이다. 포기김치 10kg에 2~3만원이면 사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배추를 소금에 절여 버무리기만 하면 되는 절임배추의 판매도 크게 늘고 있다. 김장재료를 하나씩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면서 가족의 입맛에 맞는 김장을 원하는 젊은 주부들에게 인기다. 가격도 부담이 없다. 롯데닷컴에서 절임배추 5~6포기가 들어있는 10kg 한 상자에 2만 2천원이다. 배추 한포기가 4~5천원선 임을 감안하면 훨씬 경제적이다.
중국산 김치 수입 증가... 국내시장 34% 점유
농수산유통공사는 10kg 김치를 담그는 비용은 평균 4만 168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했다. 배추 8kg 1만9천8원, 무 1.5kg 3천264원을 비롯해 고추 400g, 마늘 300g, 미나리 300g, 새우젓 400g, 굴 300g 등 양념값이 총 2만7천904원에 이른다는 것.
이는 홍진경의 더김치, 종가집 김치 등 유명 브랜드 제품보다는 싸지만 한성김치와 한복선 김치 등보다 조금 비싼 가격이다. 하지만 가정에서 직접 담그는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 등의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사먹는 김치가 훨씬 싸다는 결론이다.
배추값이 오르면 국산김치를 자부하는 포장 김치 업계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업계도 배추값 등의 급등으로 수급난을 겪고 있다. 그럼 어떻게 포장 김치 업체들은 원재료값의 상승과 관계없이 기존의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것일까. 대표적인 김치 브랜드들은 미리 원재료 원산지와 연간계약을 하고 대량으로 조달받아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편 김장 재료값이 오름에 따라 중국산 포장 김치의 수입도 덩달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홍문표 한나라당 의원(국회 농해수위 소속)이 농수산물유통공사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제출한 김치 수출 및 수입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3년 2만 8천톤이었던 중국산 김치 수입량이 지난해에는 17만8천톤으로 3년 동안 6배 이상 증가했다. 재배면적으로 따지면 여의도 면적의 5.7배로 11.1%를 차지한다.
이 추세로 볼 때 2007년 말 전망을 보면 23만톤 이상이 수입될 것으로 추산되며, 중국산 수입김치 국내시장 점유율도 34%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 농가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이고 ‘제2의 중국산 김치 파동’이 예고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