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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년기획]대학 안 나와도 행복해야…고졸 성공시대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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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지도 개혁’…“맹목적 대학진학 풍토 바뀌어야”…인성을 가르치자

[시사뉴스 이상미 기자]삼성테크윈에서 항공기엔진 정밀기계가공 일을 하고 있는 조재우(27)씨는 지난해 14학번 새내기가 됐다. 일찍이 진로를 정한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일을 시작했다. 일에 적응을 해 갈 무렵 그는 기술적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대학에 진학하게 됐다. 남들보다 먼저 입직한 탓에 또래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사실 조 씨는 집안 사정으로 일찍부터 '생활고'라는 무게를 견뎌야 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할 무렵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떠밀리듯 진학한 대학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 조 씨에게 담임선생님은 국립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를 추천했고, 그는 입학을 하게 됐다.

어느날 '전국기능경기대회 금메달'을 목표로 하는 기능특활생 선배들의 훈련모습을 보게 됐고 단순히 '빨리 취업해 돈을 벌고 싶다'는 목표가 바뀌었다. 결국 졸업 후 제40회 캐나다 세계기능올림픽 CNC선반 부문에서 금메달을 거머쥐게 됐다. 그 사이 삼성테크윈에 취업도 했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전문지식에 목이 말랐던 그는 '특성화고졸 재직자 특별전형'으로 26살 나이에 창원대 메카융합학과 14학번이 됐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동기들은 모두 뜻한 바를 가지고 대학을 찾은 사람들이었다. 지금은 대학에서 배운 내용을 다음날 실무에 바로 적용하며 바쁘지만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조 씨는 "인문계를 진학하고 수능공부만 해온 학생들은 사회, 직장에서의 경험이 없어 내가 진정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자신의 삶에 필요한 학문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로 대학에 가는 경우가 있다"며 "선취업 후진학 과정의 학생들은 사회생활로 넓어진 시야를 통해 자신이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배우고자 하는지 알기에 열정이 더욱 남다르다"고 말했다.

조씨의 사례 처럼 대한민국의 교육지도를 다시 그리기 위해선 맹목적 대학진학 풍토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다. 교육개혁의 최대 선결과제가 바로 고졸이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맹목적 대학진학 풍토 바뀌어야”

우리나라의 4년제 대학진학률은 70%를 넘어 OECD 최고수준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 때문이다. 대부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고민하기 보다 성적에 맞춰 또는 취업이 잘 될 것 같은 과를 선택해 진학을 한다.

하지만 '화석선배', '인구론', '빨대족'이 의미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2030세대의 사회진출은 어렵기만 하다. 청년실업률은 지난 2분기 9.9%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화석선배'는 극심한 취업난으로 졸업을 유예하고 오랜 기간 학교를 다니는 고학번 선배를 가르키는 말이다. '인구론'은 인문계 90%가 논다는 의미이며, '빨대족'은 30대 이후에도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의 경제적 도움에 기대어 사는 이들을 뜻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 계속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2014~2024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전망'에 따르면 2024년까지 대졸과 전문대졸 인력 79만명의 일자리가 부족하다.

반면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은 지난해 계획한 채용인력 선발에 실패했다. 채용 실패 원인은 '적합한 인재가 없어서', '지원자가 너무 적어서', '입사자가 조기 퇴사해서' 등 이었다. 구인난을 가장 많이 겪고 있는 직무는 '제조·생산'이었다.

신영무 바른사회운동연합 상임대표는 한 토크콘서트에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오직 명문대학과 좋은 직장을 겨냥해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성공한 극소수를 제외한 대다수는 노력의 대가를 얻지 못하는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결과를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청년의 80~90%가 사회진입 초기부터 사실상의 실패인생으로 낙인찍히는 구조가 정착돼 버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특목고, 자율형 사립고 등의 설립허용으로 고교 평준화 정책이 붕괴됐다"며 "무조건 대학을 가는 풍토를 바꿔 대학진학률을 40%로 낮추는 대신 직업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에 가지 않고도 행복한 삶 살 수 있어야

과도한 학력과 스펙경쟁으로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계속되고 청년들의 입직 연령이 늦어지자 정부는 '선취업 후진학' 카드를 꺼내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입직 연령이 OECD 평균에 비해 3.5년, 독일에 비해 5년이 늦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선취업 후진학'의 대표적인 정책은 스위스식 도제교육을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바꾼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다. 전국 60개 특성화고에서 기계, 전기·전자, 화학, 자동차정비 등 다양한 도제교육을 운영하며, 3000명의 학생과 800개의 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제교육을 마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학생들은 실습을 받았던 업체에 특별한 문제가 있지 않는 한 취업을 보장받는다.

정부는 취업 후 대학을 진학하는 길도 넓혔다. 성인이 되고 난 뒤 대학에 진학하려는 평생학습자들을 위해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설립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기존의 4년제 대학에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만들어 성인에 특화된 학과를 신설하고 200명 정도의 규모로 운영하기로 했다. 전임교원의 강의 비율을 평균 이상 확보해 수업의 질을 높이고 학기별 이수학점 제한 개선, 다학기제 운영, 야간·주말과정 수업 뿐만 아니라 원격·블렌디드 러닝 등 학사관리 및 수업방식도 평생학습자 맞춤형으로 운영하도록 권장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성인들이 보다 쉽고 편하게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고 선취업 후진학의 성공 경로를 제시해 고졸 취업 문화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질과 적성에 맞는 분야에서 질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고졸 취업 문화가 자리잡을 때까지 다양한 직종에서 고졸자의 의무고용을 제도화하는 것이 시작일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지난해부터 교육청 공무원(기술직) 채용시 채용인원의 50%를 특성화고 해당 분야 졸업자로 선발하고 있다. 또 실기교사 자격검정을 시행해 기능대회 출신의 고졸자를 특성화고등학교 교사로 임용할 예정이다.

'선취업 후진학'의 길을 선택한 이남병 씨는 "자신의 위치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건실한 직업인으로서 당당하게 걸어간다면 굳이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성공을 좇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임을 항상 자부해 왔었다"며 "(대학) 졸업장만을 목표로 하는 수단이 아닌 지식함양이 목적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성을 가르치자…잘못된 첫 단추 다시 끼워야

지난 7월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면서 가장 빠르게 움직였던 곳은 학교가 아니라 사교육시장이었다. 상당수 학원들이 한 회 수십만원에 달하는 인성면접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또 한쪽에서는 일부 민간자격증 업체들이 250여개에 달하는 인성 교육 자격증을 내놓았다.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 인성교육이 의무화되면 강사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예측으로 우후죽순 생겨났다.

우리나라 특유의 주입식교육이 인성교육에도 적용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인성을 계량화 할 수 있도록 항목을 만들고, 하루아침에 인성이 갖춰진 사람으로 '포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인성교육을 이용한 사교육의 난립을 막기위해 인성교육 인증제를 도입하고, 학교에서 예술·체육·인문 등 인성테마 교육과 자연환경체험교육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인성교육 대입특별 전형을 금지하고, 각종 교과 관련 교내외 경시대회도 줄여나가로 했다. 학교생활기록부에는 학생의 성장과정을 중심으로 정성 평가를 기록하도록 했다.

◆인성교육, 국가적 문화로 자리잡아야

아프리카 속담 중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아이 한 명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자원과 노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학교에서만 인성을 가르치고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지역사회도 함께 해야 인성교육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다. 좋은 성적 보다는 좋은 인성을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교육부는 자녀 특성에 따른 맞춤형 부모교육을 확대하고 가정에서 효를 실천하는 다양한 앱을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다. 또 시차출근제, 집중근로시간제, 단시간근로제, 출산휴가제 등 일과 가족의 조화를 추구하는 가족 친화적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 상임대표)은 "인성교육의 성공은 학교뿐만이 아니라, 가정 및 사회 각 부문이 함께 협력하면서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다할 때 현실적으로 가능한 과제"라며 "교원은 교육 공급자, 학부모는 교육 수요자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교원과 학부모가 통합해 협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워킹맘과 맞벌이 부부가 점차 늘고 있는 현실에서 부모의 학교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국가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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