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필환 기자]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직접 추진한 우리은행 해외 투자설명회(IR)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아니 사실상 실패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제 민영화 전략을 포함해 매각 자체에 대한 방향성을 새로 설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9박11일 일정으로 싱가포르와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웨덴 스톡홀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5개국 해외 연기금 등 31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1대 1 방식으로 투자설명회를 갖고 지난 26일 귀국했다.
투자자들은 ▲자산건전성 개선 ▲안정적 수익성장 ▲글로벌 전략 ▲위비뱅크 모바일 플랫폼 사업 ▲인터넷전문은행 참여 등에 관심을 보였다는 게 우리은행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 행장이 IR을 시작한 이후 오히려 우리은행 주가가 8820원에서 8710원으로 110원(1.25%) 떨어졌다.
외국인 주주의 우리은행 지분 보유율도 21.41%에서 21.84%로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번 IR은 우리은행의 민영화를 목적으로 진행됐다.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에 투입한 공적작금 회수를 위해 우리은행의 주당 가격이 1만3000원은 넘어야 한다고 보고있다.
이 행장이 직접 나선 이번 행보는 주가를 띄워 매각을 추진하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실패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제대로 된 주주를 만나고 왔을지도 의문스럽다는 평가가 많다.
우리은행은 "이 행장이 연기금 등 31개 투자자들을 1대 1 방식으로 만나 경영전략과 재무실적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IR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주주 명부를 보면 대부분 펀드나 은행으로 돼 있다"며 "이들은 이름만 주주일 뿐 지분 보유로 이익이나 혜택을 얻는 실질주주(베네피셜 오너·Beneficial owner)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 일반 주주를 상대로는 성과를 보기 어렵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해외 IR은 필요했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고 지적했다.
IR의 목적 역시 뻔히 보였다는 평가다.
이 전문가는 "평소 관계를 다져놓지 않은 투자자에게 매각이나 증자 이슈를 들고 IR을 한 것은 패를 보여주고 친 포커와 마찬가지"라며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외국인 0.4%p 수준의 증가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IR 타이밍과 장소도 좋지 않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행장은 IR을 위해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등 유럽국가 중심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영국의 SC은행이 26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고 HSBC 역시 손해를 봤다.
해외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 특히 유럽 쪽 은행들이 힘든 상황에서 유럽 IR은 좋지 않다"며 "뒤 쪽에서 바람(백윈드)가 아닌 머리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헤드윈드)를 맞으며 앞으로 나가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은 경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증권사 영업 등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지만 우리은행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며 "규제로 배당을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배당을 늘리겠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심을 보이던 중동계 펀드가 잠잠해진 가운데 급하게 IR을 열고 주가를 띄워 매각하려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며 "오랜 시간을 두고 뚜렷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