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천세두 기자]편법 또는 범죄의 대상으로 전락한 기프트카드의 존폐를 놓고 카드업계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카드사들은 기프트카드를 통해 큰 수익을 보지 못하고 있고, 최근에는 기프트카드를 악용한 범죄까지 발생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업계 1위인 신한카드에서 기프트카드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카드사들에서도 폐지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일 신한카드 관계자는 "현재 원점에서 돌아보자는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폐지까지 가지는 않을 것 같지만, 최근 문제가 되기도 했고 수익도 많이 나는 분야도 아니라는 면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기프트카드는 이미 충전된 금액이 들어있고, 신용 승인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무기명 선불 결제 수단으로 지난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발행되기 시작했다.
기프트카드는 신용카드처럼 이용할 수 있지만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적고, 대다수 가맹점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에 한때 인기를 끌기도 했다.
기프트카드는 실제 정가를 내고 구매할 수도 있지만, 상품권처럼 할인된 가격으로 사고파는 시장도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프트카드는 복제 위험이 있고, 카드번호와 CVC(유효성 확인 코드)만 알면 쉽게 정보를 파악하는 게 가능하다는 단점도 있다.
더욱이 기프트카드는 소비자들이 잔액을 모르고 소액이 남으면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약 70억원 규모의 이른바 '눈먼 돈'인 기프트카드를 노린 편법이나 범죄는 끊이지 않아왔다.
BC카드에서는 2010년과 지난해 두 차례 기프트카드 복제 사기가 발생했다. IC칩이 들어간 최근의 신용카드와 는 달리 마그네틱만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복제가 쉽다는 기프트카트의 약점을 이용한 것이다.
지난 2월에는 중국 해커들과 공모하고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의 기프트카드 정보를 빼돌린 20대 일당 9명이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삼성카드는 그룹 계열사와 관계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기프트카드를 제공했지만, 지난 2011년 60억원대의 카드깡 사건이 밝혀지면서 발행을 줄이기도 했다.
또 지난해 대출 사기로 사법 처리된 모뉴엘이 현금과 함께 기프트카드를 무역보험공사, 한국수출입은행 등 금융권에 뇌물로 제공한 일도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19일 기프트카드의 안전성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뒤늦게 조회 정보 방식을 강화하고, 실물카드의 일부에 보안스티커를 부착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신한카드의 기프트카드 사업 재검토 소식이 다른 회사들에서 유사한 논의를 촉발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시선도 있다.
신한카드가 기프트카드를 폐지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지만, 수익성 악화로 돌파구를 고심하는 다른 카드사들이 사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발행을 재고해볼 개연성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각 회사들에게 기프트카드가 수익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회사별로 사업성을 판단해서 고려하겠지만, 몇 군데서 폐지를 결정하면 일부 따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