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천세두 기자]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의 서초동 자택이 경매에서 58억원에 낙찰됐지만 결국 기각됐다.
8일 서울 중앙지방법원 21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5차 C동 101호(지하 1층~지상 1층)가 지난 달 16일 58억1800만원에 낙찰됐지만 엿새 후인 22일 기각됐다.
경매대상인 트라움하우스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김석규 한국 몬테소리 회장, 오상훈 대화제지 회장 등 굴지의 기업인이 거주한 바 있다. 강 전 회장도 2006년 이 집을 매입한 뒤 줄곧 살았다. 경매물건은 대지 약 245㎡에 1층 건물 168㎡, 지하 5.5㎡ 등이다.
트라움하우스 5차가 경매시장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다, 지난 2006년 이후 10년 연속 공동주택 공시가격 1위를 유지했던 물건이어서 경매 당시 화제가 됐다. 지난 2008년 6월에는 120억7550만원에 거래된 적도 있다.
이 물건은 이번 경매에서 여러 번 유찰을 겪으며 높은 감정가(87억6000만원)에도 58억1800만원(낙찰가율 66.42%)에 낙찰되는데 그쳤다. 그나마 채권총액이 66억원이어서 경매에 낙찰됐지만 강 회장에게 한 푼도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강 전 회장의 부채 66억원을 대신 갚고 집을 매입해 경매가 기각됐다. 강호찬 사장과 강덕수 전 회장은 성은 같지만 혈연관계는 아니다.
강 사장 덕분에 강 전 회장은 자택이 경매에 넘어가는 것을 막게 됐다. 현재 이 집에 대한 강 사장의 지분은 6분의 5다. 나머지는 강 전 회장의 어머니가 소유하고 있다.
강 전 회장은 1970년대 초반 쌍용양회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2001년 50세에 쌍용중공업을 인수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2014년 경영에서 물러났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강 사장과 강 전 회장과는 혈연관계나 어떤 친분도 없는 사이”라며“회사 차원에서 매입하지는 않았다. 만약 매입했다면 개인적으로 매입했을 텐데 그 이유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집은 보통 경매에 넘어가면 재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연상시키는 최후의 보루 같은 상징성을 갖는다”며“그런 의미에서 강 전 회장이 고가의 자택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회생 가능성을 보여주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