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천세두 기자]전기차 충전 요금이 전면 유료화됨에 따라 전기차 보급 확대에 적잖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국가 재정부담 완화와 민간충전사업자 육성을 위해 유료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전기차시장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만큼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높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전국에 설치된 공공급속충전시설 충전요금이 유료로 전환됐다. 충전요금은 킬로와트시(㎾h)당 313.1원이다. 그동안 급속충전시설은 비상충전과 연계충전을 위해 무료로 운영돼왔다.
급속충전이 유료화됨에 따라 1회 충전으로 180㎞ 주행 가능한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EV)을 급속 충전하려면 약 87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최대 135㎞ 달릴 수 있는 르노삼성차 SM3 ZE 전기차도 급속 충전 시 약 6800원의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저렴한 충전비용은 전기차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충전시설 유료화로 고성능 디젤차와의 차이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가 하락으로 디젤차 운영 비용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부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던 것을 민간 자본과 역량을 활용해 시장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충전서비스를 추진중인 업체들이 무료 충전요금으로는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유료화 시점이 다소 빠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의 전기차 보급 정책과 흐름을 달리하는 충전시설 유료화 정책으로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20만대(누적 기준)의 전기차를 보급할 방침이다. 올해 공급 계획 규모는 1만1000대에 이른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5712대로 집계됐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에너지가 싸다는 장점이 있어 고객들이 전기차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면서 “급속충전시설 유료화 정책은 국민의 전기차에 대한 관심에 '재를 뿌리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충전시설 유료화는 분명히 필요하지만 2~3년 후에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걸음마 단계인 국내 전기차 보급 정책이 탄력을 받으려면 정부의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기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과 국민의 인식전환을 위해서는 전용번호판 도입 등 전기차 소유주들을 위한 혜택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