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천세두 기자]올들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됐던 전자·정유·화학·기계·건설 등 주요 산업군 기업들이 1분기(1~3월) 지난해 대비 양호한 실적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 지속과 유가 급락 등으로 지난해 실적이 바닥을 쳐 기저효과라는 해석이 크지만 업계 독자적인 구조조정과 경영합리화 등 자구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따라 올해 업계 전반의 경영실적이 지난해 보다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한편에서는 기업들이 올 경영환경과 관련해 지나치게 '엄살'을 부렸던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순손실을 기록했던 철강업계 '맏형' 포스코도는1분기 연결기준 매출 12조4612억원, 영업이익 6598억원이라는 호전된 실적을 지난 21일 내놨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10.3% 줄었지만 영업익은 93.7% 늘었다.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철강 수입가격이 연초 대비 최대 40%(슬래브) 상승하면서 실적 개선을 도왔다. 최대 시장인 중국 철강 유통가격 상승세가 계절적 수요 등으로 다음달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긍정적이다.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영업환경 악화로 부진했던 두산그룹 기계 계열사들도 1분기 나란히 흑자 전환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했다.
지주회사 격인 ㈜두산은 올 1분기 매출액 3조8893억원, 영업이익 259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6.5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도 각각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앞서 전자업계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분기 나란히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 49조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 10.4% 증가했다. 갤럭시S7이 인기를 끌면서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 5조원을 뛰어넘었다.
LG전자는 1분기 연결기준(잠정) 매출 13조3621억원, 영업이익 5052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60.5% 늘었다. 프리미엄 가전 매출 확대가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정유·화학업계는 지난해 유가 하락으로 고전했지만 유가 변동폭이 고정되면서 웃음을 찾고 있다. 업계는 '공급부문 수급 불균형으로 정유·화학업계가 올해 최고 영업환경을 맞이할 것(유진투자증권)'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1분기 매출액 3조4284억원, 영업이익 4914억원, 순이익 432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유가 하락, 제품 판매단가 하락으로 13.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정유·석유화학·윤활기유 마진 강세에 힘입어 106.3% 증가했다. 에쓰오일은 전분기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손실로 429억의 영업손실을 낸 바 있다.
LG화학도 1분기 매출액 4조8740억원, 영업이익 457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0.8%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6.5% 늘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PE와 ABS 등 다수의 석유화학 제품 수급이 타이트한 단계로 진입했다”며“원료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확대됐고 타이트한 수급으로 높은 수익성이 지속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주요기업들의 실적이 예상 밖으로 선전한 가운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관계에서도 느껴진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지만 2분기 이후엔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지난달의 시각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주요 전문기관의 발표를 보면 글로벌 경제가 선진국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국제유가도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제조업체 사이에서도 매출, 수출, 설비투자 등이 2분기를 기점으로 바닥을 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산업연구원이 496개 업체를 상대로 설문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2016년 1분기 현황과 2분기 전망'에 따르면, 시황 전망 BSI는 95로 전분기 91 대비 반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