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보고서 조작 의혹 서울대 조 모교수 로펌 김앤장에 책임전가 파장
[시사뉴스 강재규 기자] 돈을 받고 옥시 쪽에 유리하게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최종 보고서를 쓴 혐의로 구속된 조 모 교수가 보고서 왜곡․발췌 책임을 옥시 변호를 맡은 로펌 김앤장으로 돌리면서 국내 최대 로펌의 신세가 곤혹스럽게 됐다.
'범법행위'와 '적법한 변호행위'라고 하는 백짓장 한장 차이의 두갈래 갈림길위에서 법의 심판을 받을 처지에 처할 수 있게 된 것. 최대 로펌 명성 뒤에 위험부담이 도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옥시와 김앤장 모두 살균제의 유해성을 알고 있었으나, 지난 2011년과 2012년 연구결과 중 옥시에 유리한 부분만 발췌해 법원과 검찰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오전 브리핑을 통해 "결국 옥시와 김앤장이 가습기살균제와 폐 손상의 관련성이 낮다는 결론을 얻기 위해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결론"이라며 "조 교수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앤장의 행태는 증거인멸의 공범으로 처벌받는 것은 물론, 사회적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김앤장은 과거에도 형사처벌 대상에 오른 적이 있다. 2015년 론스타 뇌물사건 때 배임수죄 방조혐의, 2012년 SK그룹 횡령사건 때 위증교사 혐의 등이 그 사례라는 것이다.
기 원내대변인은 "적법하고 정당한 변호행위는 물론 보장돼야 하지만 김앤장이 국내 최고 로펌으로서 그동안 국민 인권 보호의 보루라는 사회적 역할을 해왔는지는 의문"이라며 "더욱이 어린이를 포함한 수백명 희생자를 낸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 보고서 조작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고 말했다.
기 원내대변인은 이어 "김앤장은 소수 특권층과 재벌, 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또 하나의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라며 김앤장의 보고서 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철저하고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한편,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제품 유해성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영국계 다국적기업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법률대리인 김앤장에 대해서도 본격 수사키로 하면서 수사의 칼끝이 김앤장으로 향하고 있음을 예고했다.
김앤장이 지난 2011~2012년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유해성을 알고서도 서울대 연구팀의 보고서 조작 등에 얼마나, 어떻게 개입했는지가 이번 수사의 핵심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