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재규 기자] 16년만에 '여소야대' 구도를 만든 정치권이 제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집권 여당을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는 형국이다.
선거재앙의 영향으로 빈사상태에 놓인 여권을 몰아쳐 다음 대선정국까지 이끌고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야권 3당의 공조합의는 밀실야합"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으나 정치권에서의 목소리는 그리 크게 들리지 않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31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기한 연장과 함께 가습기 살균제 진상규명, 어버이연합 게이트 사건 진상조사, 정운호 게이트 사건 등 법조 비리 의혹, 백남기 농민에 대한 공권력 남용 책임 규명 등 모두 4가지에 대한 청문회 실시를 합의했다.
이들 4개 사안은 지난 19대 국회하에서는 숫적 열세로 여당에 도무지 적수가 되지 못했던 일이다.
야 3당 원내수석부대표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합의내용에 서명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해가면서 발표하는 모습이 예전과 확연히 달라진 '위용'을 과시하는 듯했다.
야 3당은 우선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특조위 활동 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개정하는 것을 함께 추진할 것을 합의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진상규명 및 피해보상 문제 해결에 대해선 국회 내에 별도의 특위를 구성하고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어버이연합 게이트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위한 청문회와 정운호 게이트 등 법조 비리 의혹 및 법조계 전관예우 문제에 대한 청문회는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실시하는 것을 추진키로 했다.
앞서 백남기 대책위원회는 국회 청문회 실시를 촉구하는 야 3당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국회 청문회 실시 등을 주장했다.
정연찬 대책위 공동대표는 회견문에서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사건이 발생한지 200일째를 맞아 책임자를 처벌하고 국가폭력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국회차원의 청문회가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 3당은 이어서, 집회·시위에 나갔다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은 뒤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 농민과 관련해선 진상규명과 함께 공권력의 남용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묻기 위한 청문회를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실시하는 데 합의, 4개 청문회요구안에 넣었다.
야권의 고강도 압박은 단순 청문회 수준에서 머물지 않을 수 있다는데서 여권의 고민이 깊어질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 이상의 수준은 곧 특검을 지칭하는 말.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어버이연합게이트 수사에 미온적인 검찰을 향해 "검찰의 수사 지연과 그 배경도 특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특검을 강력 경고하고 나선 것.
이춘석 어버이연합 불법자금지원 의혹규명TF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4차 회의에서 "검찰 스스로가 수사 지연의 책임을 져야 할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한 바 있다.
그는 이어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다 찾아보겠다. 상임위 개최부터 청문회, 국정조사, 국감, 대정부질문과 감사까지 다 하겠다"며 "특히 청문회는 국회법 65조를 근거로 주요현안에 대해 개최할 수 있다"며 강조했었다.
더불어민주당 TF위원인 박주민 의원은 "확인한 바로는 이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1부 심우정 검사가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심대평 위원장의 아들인 걸로 밝혀졌다"며 "혹시 이런 특수관계가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닌가 의구심을 갖는다"며 담당 검사의 구체적 실명을 거론하며 의혹을 제기, 검찰을 자극했다.
TF간사인 박범계 의원도 전경련의 어비이연합 지원과 관련, 기자회견장에 들러 "한국대학생포럼의 2011년도 대표였던 윤 모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전경련에 채용돼 사회협력 조사역이라는 직책을 맡아 2012년 5월부터 2015년 9월까지 근무했다"며 "이 사회협력팀은 전경련 내부 인사들조차도 자세히 알지 못하는 베일에 쌓여 있는 팀"이라고 새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과 전경련을 압박하고 나섬으로써 사안의 중대성을 증폭시켜 청문회 혹은 그 이상의 결단까지 압박하기 위한 여론전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한편 김정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야권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이날 오후 브리핑을 갖고 "행여나 야당이 수의 힘으로 청문회를 일반화시켜서 '야당의 존재감을 과시'하거나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려는 것은 아닐지 하는 의구심도 든다"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어제 20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었지만, 원구성도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청문회를 들고 나오는 모습에 대해 걱정이 앞선다"며 "힘겨운 민생 현안과 나라 안팎의 경제적 위기 등을 극복하기 위한 여야의 초당적 공조가 먼저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