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지혜 기자] 지난 9월21일 국제연합(UN) 총회에서 항생제 남용을 반대하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각국 정상들은 슈퍼 박테리아가 인류를 심각한 위험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했다. 어떠한 치료제도 듣지 않아 치명적인 슈퍼박테리아 피해는 매년 7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수준이며 그 수는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은 OECD 국가 평균 대비 항생제 사용률이 50%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지나친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항생제 내성이 생긴 비율도 지난 7년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요로감염과 세계 항생물질 내성 경감
크랜베리는 항생제 대용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데 유용한 전략으로 자주 언급된다. 특히 항생제가 빈번하게 사용되는 대표적 질환 중 하나인 요로감염에서 크랜베리의 효과는 놀라운 수준이다.
방광염 등 요로감염증은 절박뇨 빈뇨 소변 시 작열감 등의 불편이 동반되는 세균감염이다. 여성들이 흔히 겪는 감염 중 하나로, 발병 시 치료를 위해 항생제가 주로 사용된다.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의 지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방광염을 일으키는 세균에 대한 항생제의 내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방광염 치료제로 주로 쓰이는 퀴놀론계 항생제의 내성 또한 2002년 15%에서 2006년 23%, 2008년 28%까지 증가했다고 한다.
미국 보스턴 대학교와 메리유 뉴트리사이언스 산하 연구기구 바이오포티스이노베이션 서비스 공동 연구팀은 미국과 프랑스 18개 지역에서 최근 요로감염의 경력이 있는 20대에서 70대 여성 373명을 대상으로 24주간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크랜베리가 요로 건강 및 만성 요로 감염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크랜베리 주스의 요로감염 재발 예방효과를 보다 더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현재는 건강하지만 지난 1년 동안 두 차례 이상 요로감염 증상을 겪었던 평균 40대의 건강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는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 그룹은 매일 240mL의 크랜베리 주스가, 다른 그룹은 크랜베리가 아닌 대체 음료가 제공됐다. 그 결과, 6개월간 크랜베리 주스를 섭취한 그룹의 요로감염증 재발 환자는 39명으로 대체 음료를 섭취한 비교군의 67명에 비해 현저히 감소했다.
크랜베리에는 세균 유착 및 감염을 방지하는 A타입 프로안토시아니딘(Type-A PACs) 성분 외에도 대장균의 항생제 역할을 하는 크실로글루칸 올리고당류(xyloglucan oligosaccharides) 등 효능을 가진 다양한 성분이 함유돼 있다.
염증 활성 억제, 바이러스 질병 예방
프로폴리스는 천연항생제로 오래전부터 사용돼왔다. 꿀벌이 각종 나무로부터 모은 다양한 수액과 꽃에서 모은 화분에 꿀벌 자신의 밀랍 같은 분비물 등이 혼합된 프로폴리스는 벌집 표면에 발라져 외부로부터 세균 침입을 방지한다. 기원전부터 사용 기록이 있으며, 1965년 프랑스 의사 레미 쇼방이 꿀벌의 몸에 박테리아가 없음을 연구하다 프로폴리스의 존재가 밝혀지게 됐다. 프로폴리스를 추출해 정제 가공해 섭취하면 혈액순환 개선, 항종양활성, 면역활성, 활성산소 제거 작용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톨릭대학교 약학대학 이주영 교수팀은 프로폴리스 성분이 염증 활성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병원성 독소를 주입해 염증과 부종을 일으킨 쥐의 피부에 프로폴리스에 들어있는 카페인산에스테르를 바른 결과 피부 염증 및 부종이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했다. 이런 효능은 강력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에 사용되는 인도메타신 성분과 유사한 정도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단국대 의과대 이비인후과 이정구 교수는 편도적출술 환자 13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실험 결과 편도선 수술 환자들의 통증과 상처 치유에 프로폴리스가 효능이 있음을 입증했다. 이 교수는 상피를 절개한 상처에서 프로폴리스가 조직 안으로 깊게 침투해 세포의 재생을 자극하고, 각화세포의 분열을 자극해 상처 치유를 돕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프로폴리스는 어류 양식과 축산 등에서도 항생제 대체제로서의 효과가 입증됐다. 사료에 섞어 먹여서 바이러스 질병을 예방하거나 전염을 억제하는 결과가 나왔다. 농촌진흥청이 최근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프로폴리스를 물에 희석해 채소를 씻으면 신선도 변화가 적고 아삭거림은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최고의 항염증 효과
카레의 재료인 강황 또한 항염증 효과가 높아 항생제 대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팀은 식품과 염증반응에 대한 총 1943개의 연구를 분석해 항염증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된 45개 식품과 영양성분을 추렸다.
연구팀은 45개 식품의 항염증 효과를 우열로 검증한 결과 염증유발 지수가 가장 낮으면서 항염증 효과가 큰 식품은 강황으로 나타났다.
강황의 커큐민은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연구되는 성분 중 하나다. 지난 20년 동안 7000여편에 달하는 논문과 연구를 통해 커큐민은 항염 항균 항산화 효과를 입증해왔다. 김영재 서울치대병원 소아치과 교수는 강황이 들어 있는 유산균 발효유가 충치균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만 3∼12세의 어린이 6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은 강황 당알코올 함유 유산균 발효유를 100㎖씩 하루 2회 마시게 하고, 다른 그룹엔 가짜 음료를 제공했다. 그 결과 3 개월 뒤엔 유산균 발효유를 마신 그룹의 충치균 수가 처음보다 100배 감소한 반면 대조 그룹의 충치균 수는 1만 배 늘어났다. 치주염 환자인 성인(4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도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