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못 생겨서 치마를 안 입었느냐” “일어나 한 바퀴 돌아보라” “딱 비서하기 좋은 얼굴이네” “몸집이 커서 힘든 일은 잘 하겠네” “실물은 사진과 다르네, 다 사진빨이구만”
이것은 여성가족부의 실태조사에 드러난 면접관의 실제 발언이다. 면접 시 이 같은 외모에 대한 평가발언으로 모욕감을 주는 상황이 여전히, 빈번하게, 태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은 단정, 사무직은 고분
외모 차별의 고용 형태는 다양하다. 그 중 가장 보편적 형태가 이력서에 키와 몸무게를 기재하는 것이다. 특히 이력서에 사진을 부착하는 것은 가장 흔한 차별 사례다. 공기업, 방송국, 항공사, 학교, 병원, 민간기업 등의 73개 조사대상 기관(면접관 14명과 응시자 59명) 가운데 72개 기관이 이력서에 사진 부착을 요구했다. 조사 대상 기관 중 사진 부착을 하지 않는 단 하나의 사례는 외국인 회사였다는 점도 씁쓸하다.
이력서에 사진을 부착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외모를 평가 기준으로 보겠다는 태도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 고용에서도 차별로 드러나는데, 사실상 차별적 사고관이 면접관의 속마음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접관이 외모차별을 드러낸 경우도 상당수 많은 것이 충격적이다. 외모차별 세태가 고용시장에서 얼마나 팽배한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기업은 자신의 기업에 적합하다고 주장하는 특정 이미지를 강요하는 사례가 많다. 항공사 여승무원이나 방송국 아나운서 채용 시 밝고 친근한 이미지를 요구하거나 행사도우미 채용시 섹시한 이미지를 자격요건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나마 사회적 외모 차별에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도 있다. 공무원에게 단정한 이미지를, 민간기업 사무직에게 고분고분한 이미지를 선호하는 것은 외모와 인격이 연결될 것이라는 이상한 환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병원에서는 우울한 이미지는 사절하며, 잡지사는 감각이 있어 보이는 인상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교사 채용 면접에서는 심지어 면접 시 치마를 입지 않은 것에 대한 비난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내 스타일인데. 나랑 애인할까?”
업무와 무관한 체력이나 외모 비하 태도도 10개의 사례나 발견됐다. 응시자는 마른 체형에 대해 언급하며 업무 능력을 의문시하거나 뚱뚱한 건 자기관리능력 부족이라며 불합격 시키는 상황을 경험했다고 털어놓았다. 반대로 얼굴이 예쁘니 합격시키자는 제안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허리가 굵다, 몸매가 좋다는 식으로 외모를 직접적으로 평가하는 경우도 20개 사례나 접수됐다.
외모 차별 인식이 있는 면접관의 성의식이 건전할 리가 없기 때문일까. 용모언급이 성희롱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됐다. “얼굴이 어려 보여서 좋겠다. 여자는 역시 어린 게 좋아” “무척 예쁜데 면접 후 데이트 있느냐?” “딱 내 스타일이다, 나랑 애인할래?” 등의 면접하면서 여과 없이 진행되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외모 평가가 노골적으로 문서화 된 경우도 적지 않다. 용모 및 태도를 인성이나 전문지식보다 더 비중 있게 평가하는 기업도 많으며 심지어 공기업에서도 그런 사례가 나타난다는 것은 외모차별적 고용관행의 심각성을 잘 말해준다.
선진국 진정직업자격 개념 도입
현재 외모차별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불법으로 규정돼 있으나 외모차별 고용관행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물론 이것은 기업의 도덕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회 전반의 인식개선이 뒤따라 주지 않는 한 고쳐지기 힘든 부분이다. 서비스 산업의 확대, 외모나 신체의 상품화 현상과 더불어 나타난 성형산업의 급성장, 다이어트 열풍, 몸짱 신드롬이 채용문화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같은 차별의식을 고쳐나가려는 정책의 필요성이 무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진정직업자격(BFOQ : Bona Fide Occupational Qualification)’ 개념을 도입해 업무와 무관한 차별을 없애려는 노력을 제도화하고 있다. 진정직업자격이란 고용차별 판단기준에 관한 논의가 발달하면서 등장하게 된 개념으로 외모뿐만 아니라 성별, 장애, 종교, 인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그 해당 업무에 꼭 필요한 자격을 바탕으로 고용하였음을 판단하는데 기준이 되는 개념이다. 예를 들면 해당 업무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진정직업자격으로서 외모를 요구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표준이력서 보급 등 제도적 장치 마련
여성부는 “법령상으로 용모를 기준으로 삼는 법령의 개정 및 삭제, 이를 통해 용모가 면접의 평가기준이 아니며 진정직업자격도 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검진에 대해서도 채용전이 아닌 배치 전 건강검진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필요한 정보를 노출시키는 공무원채용신체검사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채용 전 신체검사에 대한 개선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채용모델을 마련하고 기업평가제도의 투명화도 절실하다. 실제 이를 위해 노동부는 표준이력서(입사지원서)와 표준면접가이드라인을 개발해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표준이력서에 대해 선입관 없이 우수한 인재를 뽑을 수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기업과 변별력 있는 평가기준이 줄어 선발에 어려움이 있다거나 서류전형 합격자가 많아 면접비중이 높아진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기업이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다.
인쿠르트가 100인 이상 기업 181곳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표준이력서와 면접가이드 평가에 가장 큰 불만을 나타낸 것은 ‘용모렴갬체중 관련 질문 삭제’(57.5%)에 가장 큰 저항감을 나타냈다. 이어 ‘임신 또는 출산 관련 항목 삭제’(47.5%)로 나타나 여성고용 차별 의식이 얼마나 뿌리 싶은지 잘 보여줬다.
여성부 관계자는 “문화적 이데올로기로서의 외모 중심주의에 주목하면서 청소년들이 양성평등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외모중심적 의식개선에 진일보한 교육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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