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과 소통하는 황선자 씨
모 케이블 방송을 통해 소개된 ‘빵상 아줌마’가 사회적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빵상~’ ‘깨랑까랑~’(인간들아 무엇을 알고 싶으냐)이라는 외계어를 사용해 ‘빵상아줌마’이라는 별명을 얻은 황선자 씨는 우주신과 소통을 한다고 주장한다.
황씨는 이 같은 주장을 진지하게 토로할 뿐만 아니라 ‘빵빵똥똥똥똥땅땅따라라라~’며 ‘오~내가 인간세계에 왔으니 너무 행복하구나 나의 존재야 니가 나를 위해 희생해 주어서 너무 고맙구나’라는 황당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또한, 몸을 투시할 수 있다던가 식물의 영을 자기 몸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비현실적 주장을 하며 엉뚱한 방식으로 실현해 보였다.
황씨의 이 같은 행동이 묘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은 즉석해서 말하는 듯한 황씨의 외계어 등이 상당히 코믹한데도 불구하고 본인은 진지한 태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능력 테스트에서 매번 틀리는 등 그럴듯해 보이는 증명이 뒷받침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자기 존재를 어필하는 황씨는 허경영 경제공화당 총재를 연상시킨다.
UCC와 패러디로 즐기기
누리꾼들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인터넷에서는 ‘빵상교’ ‘빵상신’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등장하고 있고, 각종 까페와 UCC 제작물도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내용은 ‘빵상 아줌마’를 그대로 흉내 내는 UCC나 황씨의 외계어를 리믹스한 음악, ‘빵상 아줌마’를 주인공으로 등장 영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패러디 등 다양하다.
허경영 총재를 ‘허본좌’라고 지칭하며 각종 패러디물이 창작된 것과 같은 양상이다. 모 방송에서 공천장사를 하는 허 총재의 실체가 공개되고 선거법위반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 등 불미스러운 뉴스가 보도 되는 상황에서도 누리꾼들 사이에서의 인기는 여전하다.

자기 자신은 자신의 영험함을 진심으로 믿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주장은 정교한 사기와는 다르다. 초능력이나 외계인과의 소통을 주장하는 사례는 흔하지만 대부분 실체가 공개됐을 때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한 것과 구분되는 점이다. 그렇다보니 ‘빵상아줌마’나 ‘허본좌’의 주장은 전혀 그럴듯하지 않고 황당무계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념에 차 있다. 이것이 누리꾼들이 그들을 인터넷이라는 놀이마당에서 추종자로 등극시킨 이유다.
엽기적이지만 진지한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황당한 행동과 이야기를 해대지만 리얼리티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나 코미디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허구가 아니고 사기꾼도 아니다. 허경영 총재는 자신의 아이큐 테스트 내용이나 미국 부시 대통령과 찍은 사진 등의 증거물을 대기도 한다. 황선자씨도 방송을 통해 뇌파연구소에서 뇌파분석을 하는 장면이 공개됐는데 우주신과 통하고 있다고 황씨가 주장할 때는 잠재 에너지인 알파파와 베타파의 변화가 일반인과는 다르게 90% 이상 향상되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의 주장을 믿는 사람은 드물다. 단지 이들이 가짜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빚어지는 코미디 같은 주장들이 신선한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추종하는 것이다. 특히 허 총재는 정치판에 질린 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다. 자신이 의도하진 않았지만, 코미디 정치판의 현실을 스스로 비웃음의 대상이 돼 풍자한 셈이 됐다.
엽기 인물 신드롬은 케이블과 인터넷의 합작품이다. 케이블 방송의 활성화로 지상파에 등장하지 못했던 채널러나 영매 등이 소개될 수 있게 됐다. ‘빵상아줌마’는 물론, 자신이 외계인 ‘토바야스’라고 부르는 이채령 씨 등 최근 누리꾼의 관심을 끄는 인물들 대부분이 케이블 방송이 만들어낸 스타다. 허 총재의 축지법이나 병을 고치는 능력 등도 케이블 방송이 없었으면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케이블과 인터넷이 하위문화 지배
한마디로 B급 문화의 파급력이 케이블 방송을 통해 더 커졌고, 이것이 B급 문화의 복제 확산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과 만나면서 강력한 신드롬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디지털미래연구실 이호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인터넷에서의 놀이는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상상력과 재기를 한껏 뽐내는 장이 되어주고 있다”며, “이 같은 인터넷 놀이문화의 확산은 주류의 문화적 권위의 추락과 궤를 같이 한다. 인터넷 놀이문화는 비주류의 화려한 등장이다”고 말했다. 즉, ‘빵상아줌마’나 ‘허본좌’는 새로운 세대의 비주류적 취향과 잘 맞아 떨어진 것이다.
누리꾼들은 단지 “재미있어서” “웃겨서”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빵상아줌마’와 ‘허본좌’에 심취한다고 말한다. “그저 재미있게 같이 노는 느낌”으로 ‘텔미’를 만들었다는 박진영의 의도와 대중의 욕망이 맞아떨어져서 ‘텔미 신드롬’이 만들어진 것과 같은 것이다.
이것은 디지털 놀이 문화일 뿐인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유독 인터넷 놀이문화가 발달한 한국적 양상이 “오프라인에서의 문화생활이나 여가활동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은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키득키득 웃을 수 있는 가벼운 재미거리를 추구하는 최근 대중들의 마음이 엽기 인물 신드롬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만큼 현실이 힘들고 팍팍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모든 것을 놀이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진지함이 결여되는 경우가 많다”고 부작용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