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사고로 생계터전을 잃고 막막해 하던 태안 주민들이 정부와 삼성 측의 늑장 대책마련을 보다 못해 급기야 서울로 상경, 삼성의 책임을 묻고 태안 유류피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분노가 폭발했다.
지난 23일 오후 1시쯤 버스 100여대를 나눠 타고 서울로 올라온 태안 주민 4000명(경찰추산)은 서울역 앞에서 시위를 벌이면서 광장 연단 앞에 기름에 오염된 김과 조개, 굴, 바다메기 등 수산물을 쏟아 부으며 울분을 토해냈다.
태안 주민들은 이번 사고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에서 무리하게 운항한 삼성중공업에 책임이 있다며 기름 유출 사고를 쌍방과실로 결론 내린 검찰 수사 결과에 반대하며 삼성측의 중과실을 밝히기 위한 특검법을 발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완수 비대위 수산대책위 사무국장은 현재 책정된 보상금은 가구당 100만원도 채 안 되는 금액으로 피해주민들을 우롱하고 있다며 좀 더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나무로 만든 삼성중공업 예인선 모형과 냉장고 등 삼성 가전제품을 망치로 부쉈으며 2시30분쯤 주민들은 태평로 삼성 본관까지 행진하려 했으나 경찰이 53개 중대 5300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막았다.
몸싸움 끝에 100여명만 본관까지 행진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회장은 태안 군민에게 백배사죄하고 태안 살리는데 협력하라”며 본관 앞 계단에 우럭 등 수산물을 뿌렸다.
앞서 같은 날 오전 10시 태안 등 피해지역 주민 500여 명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정부와 삼성중공업의 기름유출 피해에 대한 무한책임 등을 비롯해 피해어민들에 국가의 선보상과 기본 생계비 지원, 피해상황에 대한 어민들의 입증책임 완화, 환경영향평가를 통한 잠재적 피해액 산출, 지역경제 복구를 위한 국책사업 추진, 생태계 복구 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간담회는 민노당 심상정 대표가 마련했다.
주민들의 이같은 울분에 이날 오후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은 삼성중공업 고위 관계자를 불러 법적 책임과 별도로 태안지역 당면과제 해결에 노력해야 한다며 피해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정치권 “先보상 後정산” 한목소리
기름유출 피해 보상이 늦어지면서 생계가 막막해진 태안 주민들의 자살이 잇따르자 다급해진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선(先)보상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지난24일 충남 태안 기름 유출 사고로 태안 어민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대해 ‘설’ 전에 정부 차원의 추가 생계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지금까지 (태안 어민들에게) 지원된 긴급생계지원비는 560억원으로 가구당 100만원도 돌아가지 않으므로 (주민들의) 생계유지를 위해서라도 설전에 정부 차원 추가 생계자원이 반드시 지원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어제 서해안 기름유출사고로 삶의 터전을 잃은 태안.서산 어민 3000여명이 상경해 조속한 특별법 제정과 피해보상을 외치면서 시위를 했다”면서 “국회에 다른 중요한 일도 많지만 피해 어민들이 하루 속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21일 김학원 최고위원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한 특별법을 임시국회 내에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신당 등 다른 정당의 협조를 구하겠다”며 “한나라당이 제출한 법안은 선보상 후대책, 선박소유자 책임소재 규정, 무허가 어민들에 대한 법적 보상 가능, 생태환경의 항구적 복구와 국가 예산 지원 등 피해어민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대부분 반영돼 있으므로 법안이 통과될 시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태안 원유유출 사고대책위원장인 김학원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이 낸 특별법은 과거에 다른 당에서 냈던 법안보다 피해 주민들에 대한 보상 범위가 넓고, 현실적이며 구체적으로 돼 있다”며 “주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 정책적으로 계속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는 진태구 충남 태안군수가 참석해 특별법 발의에 대한 감사를 표시하고, 보완점에 대한 건의 의견을 건넸다.
대통합민주신당도 정부에 태안주민들에 대한 긴급 생계비 지원을 촉구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지난 24일 “태안 주민이 기름을 닦다 말고 서울에 올라와 슬프게 울었다. 긴급 생계비를 하루도 미룰 수 없다”며 “지금은 탁상공론할 때가 아니며 벌어먹고 사는 문제로 목숨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독려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책임 있는 일부 기업의 태도 실망스럽다. 기업은 국민의 믿음과 사랑에서 발전한다”며 “피해를 입힌 회사가 나몰라라 하고 (주민들을) 시위대로 돌변하게 하면 어찌 존경하는 기업이겠느냐. 신당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도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민 지원 특별법을 발의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강기갑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보상금 선지급과 환경피해 배상 조항, 피해자 대표회의 구성 의무 규정, 맨손어업자나 관광업 등 비수산영역 종사자 특별지원 조항 등에서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의 특별법안과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노동당은 각 당 대표에게 본 특별법안을 2월 임시국회 첫 번째 안건으로 다룰 것을 다시 한 번 요구한다”며 “특별법안이 조속히 통과돼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신속한 피해보상과 실질적 생계지원으로 더 이상의 절망과 참담한 행렬을 막고 재기 기반이 마련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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