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치매는 노화가 원인이지만 누적된 환경과 생활습관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예방법을 실천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발병시 손상된 인지능력을 돌이키기 어려워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등의 인지장애와 우울증이 동반된다면 치매의 전조증상을 의심할 수 있어 이 경우 더욱 관리가 필요하다.
고혈압 고혈당, 비만 등 관리
대사증후군은 치매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이승환 교수,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조윤정 임상강사,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연구팀은 대사증후군과 치매 발병 위험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대사증후군이 심할수록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대사증후군 진단 기준(5개)에 모두 해당하는 경우 치매 위험도가 최대 2.62배 증가했다.
대사증후군이란 당뇨병이나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인 고혈압, 고혈당, 고중성지방혈증, 낮은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혈증, 중심성 비만 중 3가지 이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다.
대사증후군 진단 기준은 허리둘레 90㎝(남) · 85㎝(여) 이상, 혈압 130/85㎜Hg 이상 또는 고혈압약 복용, 중성지방 150㎎/㎗ 이상 또는 지질 저하 약물 복용, 고밀도(HDL) 콜레스테롤 40㎎/㎗(남) · 50/㎗(여) 미, 공복혈당 100㎎/㎗ 이상 또는 당뇨약 복용 등 5가지다. 정기적 진단과 규칙적인 운동, 식생활 개선 등을 통해 대사증후군 치료와 예방이 필요하다.
운동은 대사증후군 예방과 치료의 핵심 요소인만큼 치매의 예방에도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치매로 넘어가는 중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도 꾸준하게 운동을 하면 초기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조한나, 류철형 교수팀이 퇴행성 뇌질환 분야에서 운동을 포함한 생활습관 교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 착안해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은 대상 그룹의 운동 행태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경도인지장애는 비록 기억력이 저하되거나 정보와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이 감소됐지만 아직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있는 범주에 들어간 경우를 말한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향하는 관문 하나를 통과한 것으로, 향후 치매로의 진행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꾸준한 운동이 효과가 높았다. 연구팀은 전체 대상자를 꾸준하게 운동을 규칙적으로 시행한 그룹과 불규칙적으로 운동을 시행한 그룹으로 나누어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 위험도를 살폈다. 연구팀은 꾸준한 운동을 ‘고강도의 운동을 주 3회 이상 또는 적당한 강도의 운동을 주 5회 이상’으로 설정했다. 이 결과 경도인지장애라도 꾸준하게 운동을 지속하면 불규칙하게 운동을 시행한 경우보다 15% 낮은 위험도를 보였다.
당장 끊어라 … 음주와 흡연
금주도 치매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진이 약 2만5,000명의 음주자들의 알코올 섭취량과 뇌 스캔 사이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음주가 뇌의 회백질에 영향을 미치며 음주량이 늘 수록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중요한 영역인 회백질이 더 많이 감소한다고 애냐 토피월라 수석 임상연구원이 밝혔다. 아주 적은 양이라도 뇌를 해칠 뿐 아니라 음주량이 늘 수록 뇌 건강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다.
흡연 또한 치매의 원인 중 하나다. 서상원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이 성인 남성 977명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담배를 오래 피우면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더 일찍 찾아올 수 있다는 현상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흡연자 그룹의 대뇌피질 두께는 비흡연자 그룹보다 평균 0.035㎜ 감소한 것으로 측정됐다. 대뇌피질은 감각 정보에 대한 처리와 종합은 물론 의식적 사고와 인지, 문제 해결 등을 담당한다. 이 부분의 기능이 망가지면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올 수 있다. 대뇌피질의 정상 두께가 1.5×4.5㎜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 수준의 감소량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두께 차이는 흡연기간이 길수록 더욱 커졌다.
같은 흡연자라도 금연을 한 사람은 이런 차이가 0.010㎜로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흡연이 계속되는 동안 뇌에서 신경학적 퇴행이 발생해 대뇌피질의 두께가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했다.
인지 능력 저하시키는 대기 오염
미세먼지로부터의 보호도 필요하다. 대기 오염의 증가가 노인들의 기억력과 사고력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국 북경대 공공보건대학 직업환경보건학부 수 가오 교수와 뉴욕 컬럼비아대학 메일맨 공중보건대학 환경정밀보건연구소 안드레아 바카렐리 교수가 공동으로 낸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 오염 증가와 공기 중 작은 입자의 단기적인 급상승은 뇌 건강을 해쳤다.
연구팀은 미국 그레이터 보스턴 지역에 살고 있는 약 1,000명의 백인 남성을 대상으로, 대기 오염 노출에 따른 인지 점수를 취합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69세였다. 이들은 한 달 동안 대기 오염이 증가함에 따라 인지 능력이 떨어졌다. 당시 대기 오염 수준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가 규제당국이 정한 ‘안전’ 수준을 밑돌았다. 또 연구진은 인지 능력 테스트 결과 공기입자가 PM 2.5인 수준에서 숫자 회상 및 언어 유창성이 저하된 사실을 발견했다.
또 연구진은 아스피린이나 비스테이로이드성 항염증 약물인 NSAIDs를 복용하고 있다면, 테스트 결과 공기 오염의 단기적 증가에 영향을 덜 받는 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진통제가 미세한 입자들이 뇌에 침투해 유발되는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부작용이 있는만큼 치매 예방을 위한 약물 복용은 권장하지 않았다.
캐나다 온타리오 공중보건소의 레이 코프스 연구팀이 학술지 랜싯에 교통량과 치매 발병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연구도 대기오염이 치매에 미치는 악영향을 짐작케한다.
연구팀이 온타리오 주에 거주한 20세부터 85세까지의 성인 660만명의 주소와 의료기록 등을 조사한 결과 대로에 가까이 살 수록 치매 발병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로부터 50m 내에 사는 사람들은 아닌 경우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7% 더 높았다. 사는 곳이 도로에서 멀어질수록 치매에 걸릴 위험은 감소했다. 50~100m 거리는 4%, 101~200m 거리는 2% 더 위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