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95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83달러를 기록하며 사상처음 1만달러를 달성한 이후 8년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1만달러를 달성할 때만 하더라도 미국과 일본 등 당시 경제선진국의 국민소득이 2만달러 선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희망적 메시지가 뿜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1997년부터 시작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한 때 좋았던 ‘한강의 기적’은 낙동강 오리알처럼 희망이 점차 퇴색됐다. 이 기간동안 선진국은 발전을 거듭하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서는 등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결국 새마을운동을 시작으로 경제국가의 문을 연 이후 그 꿈이 무참하게 짓밟힌 것이다.
걷지도 못하는 국민소득
1995년 1만달러를 달성하자 이듬해인 1996년 OECD에 전격적으로 가입했지만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기업체 부도 금융위기 등으로 OECD국가와의 국민소득차이가 1만5,000달러에서 1만7,000달러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 1997년 한보사태를 시작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계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경색이 발생했다. 뒤이은 삼미와 진로 대농 등 재벌그룹의 연쇄몰락으로 한국계 금융기관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여기에 재계랭킹 7위인 기아그룹이 경영을 포기하며 ‘부도유예협약’을 맺기에 이르렀다. 1만달러를 돌파하면서 곧바로 국가 위기가 초해된 것이다.
채권금리는 30%에 육박하고 주가도 300선까지 위협받았다. 경제에 치명타를 준 것은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와 S&P사가 한국의 장·단기 국가 신용도를 계속 떨어뜨리며 원-달러 환율은 2,000원선도 위험해졌다.
경제의 핵심인 금융기관의 줄 파산과 대규모 실업자가 양산되는 등 1만달러 달성은 오히려 국가경제성장에 발목을 잡았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의하면 이러한 사태로 인해 1995년 1만823달러였던 국민소득은 1998년 환란으로 6,744달러까지 추락했고 8년여만인 2002년이 돼서야 1만13달러로 간신히 제자리를 찾았을 분이다.
삼성경제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지난 1995년 1만달러 도달 후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삼성연은 “세계은행이 지난 2002년부터 1인당 국민소득 9,266만달러가 넘는 한국을 고소득 국가에 포함시켰다”면서도 “멕시코와 터키 등 전형적인 개도국도 OECD 회원국인 만큼 1만달러는 회원국 상위 20개국 평균소득의 38%에 불과한 금액”이라고 일침했다.
네덜란드 25년 걸려
전문가들은 2만달러 이상 국가들 대부분이 1만달러 달성 후 수년간 고전을 겪지 못했다며 희망은 남아있다고 강조한다. 2002년말 국민소득 4만6,631달러로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룩셈부르크의 경우 1979년 1만달러를 돌파했지만, 2만달러 돌파는 10년만인 1988년에야 비로서 듯을 이룰 수 있었다. 특히, 1만달러를 돌파한 일부 국가들은 수십년이 지나야 2만달러에 진입하고 있어 ‘마의 1만달러’시기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2년 2만5,998달러에 달하는 네덜란드의 1만달러 돌파는 우리보다 25년 가량 앞선 1971년(1만79달러)이다. 이는 잠시에 불과했다.
1970∼1979년가지 인건비가 연 평균 8%씩 상승했고, 제조업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실업율 증가와 함께 80년대 초부터 2년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네덜란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기업민영화와 사회보장제도를 축소하면서 회복할 수 있었다. 그나마 네덜란드는 25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1만달러에서 답보상태에 있는 국가도 적지않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포루투갈과 그리스다. 이들 국가는 우리와 같은 시기인 1995년 1만달러를 돌파했지만 국내외 정치·경제적인 문제로 2000년 1만497달러와 1만667달러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삼성경연은 이와 관련 “1만달러가 넘어서면 심리적으로 부강한 국가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며 “2만달러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발전을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2년 2만달러 시대 연대
그렇다면 우리가 2만달러 시대를 열 수 있는 시기는 어느 정도나 걸릴까.
현재 세계적으로 2만달러를 돌파한 국가는 24개국에 불과하다. 특히, 1만달러 돌파후 지속적인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2만달러를 넘어선 곳은 싱가포르와 노르웨이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 5개국에 불과하다.
결국 8년간 장기침체는 국민소득을 높이는데 있어서 한 순간의 시련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LG경연은 “비록 1995년 1만달러 돌파 후 8년동안 제자리 걸음을 했지만, 2012년 정도면 2만달러 시대를 맞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2만달러 도달을 위해서는 산업구조 개편이 중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삼성연은 참여정부 출범과 동시에 경제악화, 북핵문제, 사회갈등 등 3대 악재가 발생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리더쉽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저 국민소득시대에는 농업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이 주류를 이뤘는데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산업구조가 국민소득에 맞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략산업으로는 고부가가치산업의 핵심부품제조기술개발과 함께 IT분야를 집중육성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IT기술을 바이오와 나노 서비스산업에 융·복합화하는 것이 2만달러로 갈 수 있는 방안가운데 한가지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각 이해집단들의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 권리를 주장하는 ‘협소한 이기주의’는 자제해야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희갑 박사는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 달하는 사람들은 생계 이외의 다른 욕구가 생긴다”며 “여러 이해집단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국가성장 이외의 부분에서 걸림돌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또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낮추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