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과 품질 뿐만 아니라 공정한 나눔과 환경 보호 등을 추구하는 ‘착한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와 기업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불매운동 ‘보이콧(boycott)’을 넘어 윤리적·이타적·도덕적·사회적·양심적 소비에 참여하자는 구매운동 ‘바이콧(buycott)’ 운동,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 식당 여행사를 이용하는 착한 여행 등 윤리적 소비가 주목받고 있다.
친환경 소재, 리사이클링, 공정 무역 패션계 이슈
경기도 미술관은 10월4일까지 2층 주전시실에서 ‘패션의 윤리학 - 착하게 입자’라는 전시를 열고 있다. 전시 제목이 시사하듯, 이번 전시는 패션계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윤리적 패션’을 주제로 다룬다. 최근 패션계는 친환경 소재, 리사이클링, 공정 무역을 기반으로 하는 ‘윤리적 패션’의 실천을 통해 의생활의 새로운 가치를 모색하고 있다. 또한 윤리적 패션의 연장이자 민족과 인종에 대한 탈식민주의적 관점에서 민속 의상에 대한 재조명과 재해석을 시도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리즘과 로컬리즘을 둘러싼 정체성 담론을 확장시키고 있다. ‘패션의 윤리학-착하게 입자’는 전세계적 이슈인 환경문제와 정체성 문제를 기반으로 새로운 의상 미학을 도출하고 있는 패션계의 새로운 현상에 주목하면서 이와 관련된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또한 조형적인 측면에서 뿐 아니라 삶의 방식으로서의 패션의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영국, 프랑스 등 6개국에서 온 19팀의 참여 작가 명단에는 패션 디자이너는 물론, 건축가, 설치미술가, 디자이너와 사진가가 포함돼 있다. 재고나 자투리로 남은 스탁 원단을 이어 만들거나(오르솔라 드 캐스트로/필리포 리치), 기증받은 헌옷을 분해하고 재구성하여 만든 의상(윤진선/홍선영/채수경), 문서쇄단기의 파지를 엮어 만든 설치작품(모바나 첸), 환경오염의 염려가 없는 옥수수, 쐐기풀 등의 소재를 사용한 대안 섬유로 만들어진 드레스(이경재)는 물론, 공정무역을 적극 활용한 작품도 있다. 재활용 알루미늄 캔 뚜껑을 재료로 제3세계의 공정무역 노동력을 활용해 만든 가방과 드레스(아나 파울라 프라이타스), 공정무역 생산 원단으로 만들어진 자연 친화적 소재로 제작된 의상(그루, 홍승완) 등이 선보인다. 또한 펠트 소재로 만든 뫼비우스 띠를 둘러 입는 건축적 의상(윤미진), 마론인형에 재활용 소재의 옷을 만들어 입힌 설치작업(윤정원) 등은 윤리적 패션의 맥락에서 ‘옷을 입는다’는 기본적인 행위에 관한 고찰을 담고 있다.
(주)동일방직, (주)베스베이, (주)영실업, AVEDA, 아름다운 가게, 피스커피 등 기업이 후원하고 개리 하비(영국), 마크 리우(영국), 모바나 첸(홍콩), 바네사 비크로프트(이탈리아), 서상영, 신혜리, 아나 파울라 프라이타스(프랑스), 아네트 등 총 6개국 19팀의 패션 디자이너, 건축가, 설치미술가, 디자이너, 사진가 등으로 구성된 참여 작가의 작품 90여점 전시하는 이번 전시는 착한 소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정도를 짐작케 한다.
카드, 벽지, 장판지 재료로 한지가 뜬다
‘착한 소비’ 열풍으로 한지가 주목받는 것도 특이점이다. 최근 한지로 만든 친환경 신용카드가 나와 눈길을 끌었는데 비씨카드 관계자는 “저탄소녹색성장의 실천분야로 친환경 소재인 한지카드와 옥수수전분을 주원료로 하는 친환경 카드상품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최근 전통한지에 저렴한 해초(홍조류)섬유를 배합해 천연색상과 무늬를 가진 자연친화적 벽지, 옻칠의 성능을 가진 천연도료를 적용해 유해성분이 없고 항균·방습·방청 등이 우수한 한지장판지, 그리고 기능성 해초섬유와의 복합화로 인쇄적성을 개선한 한지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새로 개발한 한지벽지는 합성염료를 사용하지 않아 아토피성 피부염 등을 일으키는 새집증후군 문제가 없고 저가의 홍조류로부터 미표백 섬유를 추출하여 기존 천연염료비용의 50%에 생산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전통한지의 장점인 감촉·보온·통기성 등이 살아있다.
또한, 옻칠 대용 천연도료를 적용한 한지장판은 기존 유성도료로 표면처리한 장판지에서 발생하는 포르말린 등 유해물질이 함유돼 있지 않고 기존의 수입산 천연도료 대비 50%이상 가격이 저렴하며 한 번의 도포만으로 천연옻칠과 유사한 강도와, 내구성, 오염에 강한 특성 등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해초 섬유를 배합한 인쇄용 한지는 표면이 곱지 않고 투명성으로 인쇄에 적합하지 않은 전통한지의 단점을 보완해 한지표면에 가공처리 없이 인쇄가 가능하여 서적용지, 사전용지, 보존용 용지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해초섬유 배합한 한지벽지와 인쇄용 한지, 천연도료 한지장판 3종은 지난달 국내 특허가 출원됐고 1톤 규모의 실용화기술 개발에 성공해서 참여기업인 천양제지(주)가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10명 중 8명 “비싸도 윤리적 제품 구매”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는 ‘쇼핑=기부’ 상품의 판매도 주목받고 있다. 국제구호개발NGO 굿네이버스는 이러한 ‘착한’ 열풍을 확산시키기 위해 소비자가 ‘상자 위의 빨간 하트’ 모양의 굿바이 캠페인 로고가 있는 상품을 구입하면 수익금의 일부가 자동으로 지구촌 빈곤퇴치 기금으로 적립되는 형태의 캠페인을 전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행위가 곧‘기부’가 되는 셈. 착한소비의 굿바이(Good Buy)는 지구촌 빈곤과 이별하자는 굿바이(Good Bye)의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굿네이버스 관계자에 의하면 착한상품 1호,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를 비롯해, 3M, (주)한솥, 사조그룹, 임페리얼이며 등의 기업이 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으며 참여를 원하는 기업들의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우리나라의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은 미미한 수준이다. 2008년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공정무역 인지도는 20.8% 수준에 머물렀다. 공정무역의 대표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커피의 경우, 우리나라 커피 소비량은 세계 10위권이나 그 중 공정무역 커피는 0.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착한소비’가 단순한 유행이 아닌, 메가트렌드라고 분석한다. 사회적 패러다임을 바꾸는 큰 줄기의 변화라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이 국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참여자의 88.7%는 ‘품질이 같다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더 비싼 값에 살 것’이라고 답했다. ‘착한 자본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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