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2019년 7월 16일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땅콩회항’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하지만 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직장 내 갑질 문제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생기고 있다.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근로기준법 규정의 경우 행정지도 차원의 선언적 의미가 있을 뿐 실효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준비되지 않았다. 법의 초점은 사측이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고 괴롭힘 발생 시 피해자를 보호하도록 한 것이다.
사용자가 피해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등을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을 가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중 과태료 규정은 지난해 10월 신설됐다. 하지만 5인 미만의 사업장과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는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은 적용되지 않아 직장 내 괴롭힘에 더욱 시달리고 있으며,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지난 8월 26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현행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의 한계를 언급하며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국회가 나서겠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5인 미만 사업장과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는 법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있고 사용자에 의한 직장내 괴롭힘의 경우에도 사용자에게 신고해야 하는 법 규정은 법의 사각지대를 명확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많은 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이유는 2차 가해가 더 심각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 한다. 직장에 직장 내 괴롭힘 관련 해결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면 그 절차에 따라 먼저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관련 신고 건수는 1만 8906건에 이른다. 2019년 2130건, 2020년 5823건, 2021년 7745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7일 포항시 남구청의 한 기간제 여직원이 정규직 공무원 갑질을 견디다 못해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사직한 일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사직서에서 “정규직 공무원 모씨의 지속적인 폭언과 직장 내 교묘한 괴롭힘으로 심리적 압박을 받아 그로 인해 공황장애가 생겨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고용노동부는 전북 남원의 동남원새마을금고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 다수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남원 새마을금고에서 여성 직원의 밥 짓기, 설거지, 빨래 등에 이어 이사장까지 ‘갑질’을 벌였다는 제보가 나오면서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학교폭력 가해자는 성인이 돼서도 특정 대상에게 괴롭힘을 할 가능성이 높다. 군대뿐 아니라 직장에서까지 남을 괴롭히게 된다. 군대, 회사 모임 등 조직 단위로 피해 규모가 커지게 되면 사회정서는 피폐해지는 것이다. 학창 시절 학교폭력을 당해왔던 사람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커다란 트라우마를 안게 되지만, 가해자는 죄의식 없이 남을 괴롭히는 것을 반복하게 된다.
부모들도 자식이 학교폭력 피해자가 아닌지는 민감해하고 관심을 가지지만 반대로 자기 자식이 학교폭력 가해자인지는 무관심할 때가 많다. 직장인 괴롭힘은 인격의 말살이다. 피해자 스스로 ‘침묵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2차 가해의 문제가 있지만, 침묵이 능사가 아니다. 직원의 피해 내용을 공유하여 가해자에게 최소한의 경각심이라도 가지게 해야 한다.